12. 무력, 허를 찔리다.

'정상이 다 돼 가는데.'

물시지는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연신 고개 정상 부근을 살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어허, 아침 내내 안색이 좋지 않더니, 속이 불편한 게요? 왜 그리 주변을 살피시오?"

그때 물시지의 이상한 행동에 호기심이 동한 구타리지가 뒤를 돌아다보며 물었다.

"괜찮사옵니다."

물시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구타리지는 고개를 바로 했다. 물시지는 도저히 불안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말을 멈춰 세웠다.

"이 놈의 말이 왜 이럴까?"

갑자기 물시지가 일부러 구타리지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을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왜 그러시오?"

앞서 가고 있던 구타리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말이 좀 이상합니다 그려. 아무래도 내려 말을 살펴봐야할 것 같사오니, 이간께서는 먼저 가시지요."

물시지가 짐짓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겠소이까?"

"괜찮대두요."

물시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타리지는 다시 말을 몰아 다시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물시지는 말을 한 옆으로 비키게 한 후에 자연스럽게 일부러 대열의 가장 후미로 쳐졌다.

'이상하군. 조금 전까지 억새를 베고 있었는데?'

고개를 중간 쯤 올랐을 때였다. 무력은 어딘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고개 정상 부근에서 마른 억세를 베고 있던 십 수 명의 사람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무력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역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무력은 덜컥 불안해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선두에서 행군하던 군사들이 걸음을 멈춘 것이었다. 장군 지수가 전체 행렬을 멈춰 세웠다. 선두에서 나아가고 있던 군관이 급히 말을 타고 장군 지수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장군 지수가 군관을 향해 물었다.

"앞쪽에서 고개를 내려오던 수레가 돌부리에 걸려 뒤집혔사옵니다."

군관이 갑작스레 발생한 돌발 상황에 당황하며 말했다.

"속히 수하들을 보내 수레를 치워라."

"네! 장군!"

내려왔던 군관이 다시 말을 몰아 선두를 향해 올라갔다. 장군 지수는 서둘러 보고 받은 사실을 바로 뒤쪽에서 오르고 있던 무력에게 소상히 전했다.

"수레가 길을 막아?"

고갯길 중간에 수레가 뒤집혀 군사들의 진로를 막았다는 소리에 무력은 덜컥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까지 고개 정상 부근에서 억새를 베고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던 그였다. 확인이 필요했다. 무력은 재빨리 말을 몰아 행렬의 선두를 향해 달려갔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문제의 뒤집힌 수레가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수레를 밀고 왔을 인부들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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