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가 올해 행안부가 주관한'2024년 지자체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미흡'에서 두 단계나 뛰었으니 칭찬받을 일이다. 이는 매년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적극행정 종합평가단'이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5개항 18개 지표를 가지고 우수, 보통, 미흡 3단계로 평가하는 것으로 그리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우수기관이 됐다 해서 시민행복 체감지수가 차고 넘치고, 미흡평가를 받았다 해서 당장 시정이 엉망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의 이처럼 잘한 적극행정 이면에 이해하기 힘든'실패한 행정'도 적지 않다. 그중에 20년이 다되도록 준공처리가 안 돼 유명무실하게 방치돼있는 한송예술촌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문화예술시책사업이 그간 아무리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려 20년째 준공처리가 안 돼 방치되게 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양산시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소극행정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촌의 문제점은 지난 3월 11일자 본지 5면에 소상하게 지적했다. 그래도 더 깊은 속사정이 있겠지 싶어 처음부터 관계했다는 문학철 한송예술협회 이사장을 만나 자초자종을 들어봤다.

현재 예술촌은 그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입·탈회를 거듭한 결과 총 55명 중 1명을 제외한 각자의 창작공간을 지었고, 나머지 1명의 건축이 완공되면 올 연말께 일괄 준공날걸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한송아트홀까지 건립되어 외관상 어엿한 예술촌의 모양을 갖췄다. 그런데 그간 준공지연으로 창작활동 부진과 한송아트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속은 텅텅 비어 있다.

문학가인 문 이사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난 25년의 아픈 역사를 토로했다. 허가 당시 모두 비전문가라 일괄준공방식 등의 허가내용을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전체 중 1명이 어려움으로 창작공간을 짓지 못해 준공을 미루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너무 경직된 행정을 아쉬워했다. 1995년 당시 몇몇 지역예술인들은 양산의 문화예술창달을 위해 자그마한 예술촌과 그 안에 10평 내외의 아담한 창작공간 설립을 구상했다.

그런데 전체 부지가 최소 50만평, 개인별 60평 정도는 돼야 한다는 당시 안종길 시장의 통 큰 주장으로 이렇게 규모가 커졌다는 것. 입주자들 입장보다 대규모 개발로 인한'더 큰 치적'을 뽐내고 싶었던 시장의 과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직이 건설업이고 뚝심 있는 시장으로 불렸으니, 이해할 만도 하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허가한 안 시장을 비롯, 20년간 오근섭, 김일권, 나동연 5명의 시장과 이 업무를 접한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저마다 심각성을 느꼈을 텐데, 왜 지금껏 처리가 안됐는지 그게 더 안타깝다. 2014년 태풍 복구작업 과정에서 계획인가 면적보다 추가 형질변경된 점, 시공업체의 부실횡포, 한송예술촌 상단부분 부지 추가매입에 따른 경제적 문제와 제척에 따른 민원인의 도로개설 요구 등 복합적 이유가 얽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민원은 거진 다 해결됐고, 마지막 1명의 창작동 건립만 안됐다. 이게 허가조건상 한송예술촌 내의 모든 공사가 완공돼야 만이 준공된다는'일괄준공방식'때문에 지금껏 준공처리가 안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누구를 위한 행정'이었는지 되묻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양산시에 묻고 싶다. 모든 공사는 이유 없이 허가기준대로 준공되는 것이 맞다. 이것 자체를 부정하거나 이러한 조건을 준수하려고 애쓴 공직자의 노고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이유 없이 협회를 골탕 먹이려고 의도적으로 그러지도 않았을 터인즉, 어쨌거나 2년도 아니고 20년을 질질 끌었다는 것은 결코'잘한 행정'으로 칭찬받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행정에는 재량행위이라는 게 있다. 일종의 융통성이다. 더 잘하려고 지나친 융통성을 부리면 기준이 침해당해 위법이나 탈법이 될 수 있다. 살아보니 융통성 없는 사람, 참 답답하더라. 역대 시장들은 '탁월한 융통성'으로 자신들의 영리는 다 잘 챙기면서 왜 이런 업무에는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을까하는 큰 아쉬움이 든다. 결국은 무관심과 무소신, 무철학이 빚은'행정참사'다. 임기 내내 과시용 치적에만 행정력 낭비하지 말고, 기존사업들이 왜 미흡하고 활성화가 안 되는지를 잘 챙겨 예산을 아끼는 '알뜰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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