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입점 당시 시설한 비용 등을 회수하지 못하고, 새로운 비용을 들여서 철거한 후 임대인에게 명도해야 하므로 결정하기 매우 어렵다. 현장에서 보면, 영업은 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입점자를 찾다가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경우도 있고, 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영업을 하면서 새로운 입점자를 찾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모두 당사자 간에 계약종료일이 되면 임대차를 끝내겠다는 의사표시가 오고간다. 임대차종료일이 지났다면 이때부터는 임차인의 점유는 적법한 이유 없이 점유사용하는 것이 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영업이라는 사업 실패도 감당해야 하지만, 임대인과 계약관계도 원만히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밀린 차임 등을 공제하고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가 슬기롭게 해결하면 좋겠지만 돈이 관련된 일이라 분쟁은 법원으로 가기도 한다.

최근까지 법원에서는 임대인이 계약종료 이후의 임대료에 대해 기존에 약정한 차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시세에 따라 인상된 차임을 부당이득금의 명목으로 반환청구하면 받아들였다.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 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관계가 소멸된 이후에도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영업)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1998.5.29.선고 98다6497 판결)."고 판단했다. 반대로 임차인이 사용수익을 해서 실질적인 이득이 있었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3.11.9. 대법원은 임차인이 사용수익(영업)을 한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했다.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 된다.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2020.7.9.선고 2016다244224판결). 따라서 임차인이 임대차종료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에 임차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의 입법취지, 상가건물 임대차종료 후 의제 되는 임대차 관계의 법적 성격 등을 종합하면,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2023.11.9.선고 2023다257600판결)."라고 판단했다.

원심법원은, 기간만료로 종료된 이후 임차인이 부동산을 인도한 2022. 2. 28.까지 임대차보증금4,200만 원을 반환받지 못했더라도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 기간 동안의 시가에 따른 차임인 월13,061,000원이 약정 차임인 월420만 원과 현격한 차이가 있으므로 부당이득금의 액수는 전자를 적용하여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심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제9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임대차종료 이후 임차인이 사용수익을 했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부당이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사용수익까지 한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인정해왔고 사용수익 없이 무단점유한 경우에는 부당이득이 인정되지 않았다.

임대인이 부당이득금을 청구할 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차임에 따른 부당이득금에 대해 시가 감정평가를 신청한다. 감정평가 결과 기존 약정 차임 이상으로 시가가 정해지면 법원에서는 그 금액을 임차인에게 부당이득으로 인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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