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곧 무력 일행은 좁은 선창가에서 벗어나 대로로 접어들었다. 선창을 벗어나자 곧 숨이 막히게 했던 생선의 비릿내와 내장 찌꺼기 따위가 썩으며 내뿜는 냄새가 씻은 듯 사라졌다.

대로로 접어들자 장군 지수는 1열로 늘어선 군사들을 4열로 재구성해 행진토록 했다. 그리고 그 속에다 장세를 슬쩍 끼워 넣었다. 그의 말안장에는 소금에 절인 노질부의 목이 담긴 상자를 싼 비단 보자기가 매달려 있었다. 보자기 밑면에는 붉은 피가 스며 나와 젖어 있었다.

곧 구포와 도성을 연결하는 비교적 완만한 고개가 나타났다. 고개만 넘으면 도성인 새거칠성(東萊城)이 지척이었다.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진 고갯길을 살피던 무력은 문득 주변에 몸을 숨길 엄폐물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개는 공격하려 오르는 자에게는 언제나 크나큰 장애물이었고, 그것을 방어하려는 자에게는 더 없이 훌륭한 방패막이였다. 만약 고개를 오르다 대규모 화살 공격을 받게 된다면 꼼짝없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도성이 코앞인데 별일이야 있겠는가?'

불현듯 드는 불안감에 무력은 주변을 지형지물을 세세히 살폈다. 고개 주변에는 철광석 채취를 위해서 깨낸 바위덩어리들이 고개정상 좌우의 산비탈을 깨알같이 덮은 채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바위덩어리가 없는 곳 역시 철광석을 채취하기 위한 땔감 벌목으로 인해 어린 나무와 잡초를 제외하고는 나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붉은 속살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돌덩어리들과 붉은 황토 밖에 없는 말 그대로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다행히 오르고 있는 고개부근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어 살수가 매복할 만 곳은 거의 없었다. 다만 가난한 백성들로 보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고개 정상 부근에서 땔감으로 쓰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마른 억새 따위를 베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글 곁에는 군데군데 쌓아 놓은 억새단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무력은 그들에게서 별 다른 위협요인을 발견치 못했다.

드디어 선두에 선 황우군 군사들이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길의 경사는 더욱 심해졌고, 길을 오르는 군사들과 말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걸음걸이가 현저히 느려졌다. 게다가 고갯길에는 해산물을 사고팔기 위해서 구포와 도성을 오가는 우마가 끄는 수레와 커다란 등짐을 진 사람들로 혼잡했다. 반대편에서 고갯길을 내려가던 수레들이 자꾸만 붙으려는 수레의 속도를 떨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황우군 군사들은 다시 일렬로 대열을 바꿔 고갯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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