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어눌하고,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 (리인)

자왈 군자 욕눌어언이민어행(子曰 君子 欲訥於言而敏於行)
해석: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고 행동은 민첩하고자 해야 한다.


중국 북송의 사량좌(1050-1103) 선생은 이 문장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므로 어눌하고자 하고, 힘써 행함은 어렵다. 그러므로 민첩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선생의 호(號)는 현도(顯道) 즉 '도를 드러내다'인데, 참으로 도에 버금가는 멋진 설명을 하신 것 같다.

공자의 제자중에 평소에 말을 너무 잘하는 재여(宰予)가 있었다. 그는 말을 너무 잘했기 때문에 행동도 말처럼 잘 실천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에 재여는 방에서 그날 배운 것을 복습은 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공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차라리 평소에 말이라도 못했으면 충격은 작았을 것이다. 그런데 말은 교묘하게 잘하여 공자의 마음을 안심시켜 놓고는 배운 것은 실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공자는 제자의 성장을 위하여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여가 낮잠을 자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 할 수가 없다. 내 재여에 대하여 꾸짖을 것이 있겠는가."(『논어』 「공야장」)

썩은 나무에 글을 새기면 부러지고, 거름흙은 재질이 좋지 않은 흙이다. 그런 흙으로 담장을 쌓으면 담장이 매끄럽게 손질되지 않는다. 재여의 현재 상황이 썩은 나무나 오물로 범벅된 흙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스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자는 재여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하셨다.

내가 처음에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는데, 지금 나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바로 믿지 않고) 다시 그의 행실을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재여의 행동 때문에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논어』 「공야장」)

제자 중에 자로는 공자의 말씀을 듣고는 바로 실천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래도 실수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공자는 실수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하여 자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인(仁)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게 되고, 지혜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폐단은 방탕하게 되고, 믿음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폐단은 해치게 되고, 정직함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폐단은 급하게 되고, 용맹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폐단은 어지럽게 되고, 강한 것만 좋아하고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폐단은 경솔하게 된다. (『논어』 「양화」)

공자가 제자들에게 항상 하셨던 말씀이 인(仁)·지혜(智)·믿음(信)·정직함(直)·용맹(勇)·강함(剛)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말씀을 듣고 다른 제자들은 복습을 통해서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깊이 연구하여 실천에 옮기고자 하였다. 그런데 자로는 말씀을 들으면 연구는 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였으니 실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공자는 노파심에 배움을 강조하여 제자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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