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밭두렁에 울려퍼지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완연한 봄임을 알리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11월, 올 겨울엔 눈도 많이 오고 강추위가 있을 것이라 예보했지만, 우리 양산지역은 크게 추운 날씨가 없었던 같다.

겨울에는 눈도 오고 가슴팍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혹독한 추위가 있어야 겨울 맛이 나는데, 영취산과 천성산, 대운산에 한 두 차례 소량의 눈이 내렸을 뿐, 비만 자주 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통도사 홍매화 개화(開花)도 평년에 비해 다소 빨랐다고 한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미리 예측하는 혜안(惠安)으로 한 겨울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데도 땅속으로 오는 봄을 미리 알고, 음력 12월에 입춘(立春) 절기를 넣었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이 지나면 농부들이 논·밭에 퇴비를 뿌리며 농사철에 대비했다.

2024년 2월말 현재 양산 전체 15만9000 세대 중 3,8%인 5천999 세대가 농민 세대다. 이들 농민 세대에서 지금쯤 올 한 해 농사를 준비할 것이다.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은 새 생명이 태어나는 희망의 계절"이다. 봄 갈이에 놀란 개구리들이 뛰쳐나오고 봄의 전령사인 쑥과 냉이 등 봄나물이 논두렁과 밭두렁에 파랗게 잎사귀를 드러내면 먹을 것이 부족했던 농경시대 새로운 희망의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더욱이 보릿고개 시절, 열악한 주거환경에 식량까지 떨어진 농가에서는 가슴팍을 파고 드는 찬바람에 밤새 울어대던 문풍지가 혹독한 겨우살이의 힘겨움을 더 했기에 새 봄이 오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뒷산에 올라 고사리, 취나물, 곤달비도 뜯을 수 있었고, 논 밭두렁에 돋아나는 봄 쑥과 냉이 등 봄나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새 봄은 새 생명의 계절이고 희망의 계절이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봄이 왔다고 기쁨만 할 일도 아닌 듯 하다. 올 겨울은 지구온난화로 삼한사온(三寒四溫)의 전형적인 한국의 겨울 날씨가 사라졌다.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했던 그런 날씨보다는 비 온 날이 더 많았던 같다.

양산시 통계를 보면, 지난 2023년 겨울(2022년 11월~2023년 2월)은 24일 동안 약 160mm의 비가 내린 반면, 2024년 겨울(2023년 11월~2024년 2월)은 36일 동안 약 400mm의 비가 내려, 2023년 대비 강수일이 150%가 더 늘었고 강수량은 250%나 더 많았다.

옛말에 맑은 날이 많으면, 운동화장사가 웃고,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으면 우산장사가 웃는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자연은 자연대로의 법칙이 있기에 우리 인간은 자연에 잘 적응하겠지만, 지금은 옛날처럼 날씨와 관계없이 먹고 사는 일이 그렇게 각박하고 고달픈 시대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먹고사는 일은 그리 힘든 시대가 아니다. 옛날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을 겪은 어르신들은 이 시대는 '참으로 좋은 세상'이 라고 한다. 없는 것이 없는 세상, 돈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세상, 자신이 게을러 못 살지, 부지런하기만 하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한다.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자신만 부지런 하면, 최소한 먹고 사는 일에 큰 걱정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4D업종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는 기업이 없을 정도이고,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 뒤 귀국 후 자국에서 부자(富者)로 잘 산다고 한다.

소주공단에서 4D업종을 경영하는 P씨는 회사에 파키스탄,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지에서 E-9 비자로 들어온 근로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성실하기도 하지만, 월급을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모국으로 송금하드라. 우리 회사에서 약 7년간 근무하고 지난해 2월 귀국한 캄보디아 차인왁삭(48)씨는 약 1억 원을 모아 귀국해 자기 마을에서 아주 부자로 잘 살고 있다. 간혹 한 번씩 사장님 덕분에 잘 살고 있어요, 항상 감사했어요라며 꼭 한 번 놀러 오라는 전화가 온다라고 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정성을 들이면 하늘이 감동하여 복을 내린다는 뜻이다. 복(福)이 있는 자가 따로 있고, 행운을 늘 따르는 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모두가 다 권력과 부(富)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노력하면 남들 부럽지 않게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새 봄에 새롭게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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