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가 오늘은 어인 일로 운전을 할까?

평소에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주말이나 멀리 갈 일이 있으면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속도로 등을 운전하다가 약속에 쫓기다 보면 때론 과속을 하기도 한다. 그래봐야 규정속도 겨우 10~ 20% 초과 정도이지만.

그런데 이마저도 방해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구간단속 구간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구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속도를 방해해서라기보다는 일정 구간에서만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구간단속 구간을 제외하고는 과속을 일삼는 우리의 일부 운전 행태가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려고 처음부터 시비조로 나오는 걸까.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구간단속 구간을 달리다 낭패를 본 이야기를 하려다 이렇게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간단속을 감안하여 속도 조절을 하며 운전을 하지만 오래전 이런 일이 있었다.

급히 지방에 갈 일이 있어 고속도로를 달리다 구간단속 구간을 만났다. 시간에 쫓겨 우선 달리고 나중에 속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뿔싸, 깜박하고 달리다가 구간단속 종점이 다가올 때쯤에야 알았다. 속도를 줄여 봤지만 규정속도 이하가 되기엔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너무 속도를 낮추기도, 멈췄다가 갈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어찌어찌하여 겨우 단속은 피했지만 진땀을 흘린 순간이었다.

미리미리 속도를 조절했어야 했는데, 속도를 줄일 거리도 시간도 부족했던 것이다. 순간 인생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라고 해야겠다. 훗날 언젠가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쉼 없이 달려온 우리네 삶을 생각하니 구간단속 종점이 코앞인데 아직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모습 그대로다.

여유를 가지지 않은 일상, 과속이 일상인 삶은 인생 과속단속 대상이다.

인생 1막엔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해도 인생 2막까지 과속을 하며 사는 것은 끝내 파국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과속의 삶, 과로의 삶을 살아가느라 생긴 스트레스며, 심신의 불편함은 우리가 그토록 숭배해 마지않는 돈으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은 단 하나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 일상의 삶에서 여유를 가지고 가꾸고 돌보는 것뿐이다. 늦었으면 늦은 대로 그때라도 엑셀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인생 카메라는 도로 위의 카메라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사족 하나 더, 구간단속을 무사히 지났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도로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카메라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그 카메라와 싸우지 말고 나의 운전습관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우리네 삶으로 보면 결국 일상을 관리하는 게 최고의 방책이다. 과속의 일상이 아닌 여유가 주는 삶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구간단속 하나에 쩔쩔 매는 삶을 살아가서야 되겠는가?

봄나들이 계절이 다가온다.

과속의 쾌감보다 여유 있는 운전으로 봄 풍경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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