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당연히 포박당해 배에서 내릴 줄 알았던 간자인 장세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구타리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간이 잘 찾아보세요."

무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구타리지가 군선에서 내린 모든 이들을 살폈지만 간자로 보이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왕자님, 소신의 눈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사옵니다."

"그럴 수밖에요. 지금 간자는 황우군 군사로 위장하고 있으니까요."

"황우군 군사로요?"

구타리지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황우군 군사를 유심히 살폈다.

"이번 일에 있어서 핵심 증거인 셈인데, 보나마나 노질부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간자를 없애 나를 곤란에 빠뜨리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갑옷을 입혀 위장시켜 둔 것입니다."

무력의 설명을 들은 구타리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무력의 지략에 감탄했다.

"자, 어서 갑시다."

선창가 끝에 도착한 무력이 자신의 오추마에 오르며 말했다. 곧 구타리지를 비롯한 나머지 이들도 각자의 말에 올랐다.

"백성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세요."

무력이 구타리지에게 부탁했다. 해산물을 팔고사기 위해 북적이고 있는 선창 난전을 기병을 포함한 근 100명이 넘는 군사들이 일시에 통과하는 일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하루의 생업을 망치게 할 수는 없었다.

곧 무력을 호위한 황우군 군사들이 선창가를 가로질러 나아가기 시작했다. 곧 여기저기서 무력을 알아보는 백성들이 너나할 것 없이 무력을 구경하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갑작스런 인파에 놀란 구타리지와 장군 지수가 군사들을 시켜 사람들의 접근을 급히 막았다.

"저분이 누구래요?"

"아 누구긴 바로 둘째 왕자님이신 무력왕자님이시잖아."

"그럼 지난번에 전쟁터에 나가 단칼에 적장의 목을 쳤다는 그 왕자님?"

"그래. 이제 나이가 겨우 13살이라던데 기골이 장대하구만."

"기골만 장대해? 머리가 비상하고 정이 많아 아랫사람들에게 그렇게 잘 할 수가 없다고 하는구먼."

몰려든 사람들은 저마다 풍문으로 전해들은 무력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정작 무력은 몰려든 사람들 틈에 살수가 있어서 장세를 해할까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비록 장세를 황우군 군사로 위장시켜 놓았지만 가라국 내에 친신라계 인사들이 많은 탓에 황우군 내에도 신라의 첩자가 있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손이 허리에 차고 있던 둥근고리자루칼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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