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극수 문화유산회복재단 경남본부장
박극수 문화유산회복재단 경남본부장

우리 할머니 6대조 할아버지께서는 울산 농소에서 선대 때부터 거주하시다 웅상에 정착하셨다. 할머니는 1887년 웅상에서 출생하셔 1901년 열다섯살 되던해 이웃마을에서 10대째 살며 벌족을 이룬 가문에서 1876년에 태어나신 26세된 할아버지와 결혼해 할아버지는 1939년 64세에 세상을 떠나시고 할머니는 1982년 96세에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일생 웅상에서 사셨다.

당시 평균수명과 현재 수명을 비교하면 현재 110세 이상 연세와 비슷한 연세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얼마나 정정하셨는지 돌아가시는 당일 낮에도 장정이 하기도 힘에 겨운 만큼의 농사일을 감당하셨다.

그날 작업을 마치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내일 작업에 필요한 농기구와 일체 용구를 챙겨 정리하시고 작업복을 벗어 반듯하게 헛간에 걸어 두시고 말끔하게 몸을 씻어시고 맛있게 저녁을 드시고 주무시다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얼마나 부지런하시고 건강이 좋으신지 날마다 새벽 미타암 인경(4시) 종소리가 울리면 일어나셔 소죽을 끓이시는 일을 시작해 저녁 어둠이 깔리는 순간에야 일을 마치신다.

날마다 같은 모습으로 평생을 다하셨다. 일생 지겹다. 하기 싫다. 고되다. 피곤하다 하시는 말씀을 들은적 없다. 하루도 쉬시는 모습도 낮잠 주무시는 걸 본적이 없다. 너무 힘들게 하지 마시고 시름시름 하시라 하면 죽으면 썩어 질 몸 아껴 무엇하노 낮에 잠깐씩 주무시라 하면 죽으면 계속 잘 것인데 낮잠은 무엇하러 자노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삼십 중반에 지병이 들어 10여 년간 고생하시다 40중반 젊은 연세에 돌아가셨다. 투병 생활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시면서 당신이 하실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시려고 애를 태우셨고 진실된 맘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은 세상 어느 엄마보다 강인하셨다. 할머니는 당신 이름자도 못 쓰시는 분이시지만 성인 같은 사랑과 지혜를 갖추신 분이셨다. 내가 졸필이지만 글 쓰는 능력으로 문단에 등단하여 시인이란 이름을 얻었고 현존하신 양산시민들 중에 향토사에 관한 글을 많이 집필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역사 강의로 강단에 서는 일을 할 수 있음은 할머니 어머니 덕분이다.

나의 글감은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평소 하시던 말씀과 생활모습을 정리하면 아름다운 시가 되었다. 진실과 사랑이 담겨 있고 철학이란 용어도 모르시는 분들이 철학을 담고 계셨다. 세상에 고난과 아픔을 다 간직하시고 사는게 그런 것인 양 온 (본래) 그렇다고를 되뇌일 뿐이셨다. 할머니는 기억력이 얼마나 좋으신지 어린시절에 어른들로 부터 들은 당신이 태어나시기 전 50여넌 전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신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셨다.

당신이 1세기 동안 체험한 어린시절부터 돌아가시는 날까지 모은 일을 영화필름처럼 짬짬이 들려주셨다. 할머니와 한 방에서 잠자리를하며 밤마다 너무 재미있게 들려주시는 재담꾼이셨다. 이로 인하여 할머니가 기억하고 계신 150여년 마을 분들의 삶의 모습이 나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내가 살아오며 체험한 70여년 기간을 합하면 200여년 훨씬 넘은 기간 동안 역사기록은 어느 문헌에도 기록된 곳은 없지만 나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역사를 탐구하여 기록에 남기는 일을 중요한 학문이라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역사란 학문을 실제적으로 중시하지 않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역사 공부하는 대다 수 사람들의 목적은 입시나 취업시험 목적으로 공부하지 역사 탐구를 사명으로 임하는 사람은 귀하다.

웅상의 역사지 웅상의 발자취 발간 편집위원장을 맡아 집필하며 고대 역사는 문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느 기록에도 없는 근대사의 기록 대부분을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기억과 나의 기억을 더듬어 초고를 작성하여 편집위원들과 마을마다 기억력이 좋은 연세 많은 분들의 검토를 받아 기록하였다. 출판기념 회고사에서 웅상발자취 원고 작성을 하고도 한정된 지면으로 기록에 남기지 못한 부분도 많고 더 기록에 남기고 싶은 부분도 기록하지 못한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근대사 부분만은 대한민국 어느 역사학자에게 의뢰하였다 해도 웅상에서 직접 삶을 체험한 사람들의 기억을 능가할 기억은 없다 하였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