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계성심병원 진료부장 김성진(정신과 전문의)
덕계성심병원 진료부장 김성진(정신과 전문의)

엊그제 2024년 새해 축하 인사를 드린 것 같은데 벌써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요. 올 초 계획하신 목표들은 잘 진행하고 계십니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새해 목표로 꼽은 것이 운동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쯤 제법 단단해진 이두박근을 자랑하고 있을 것 같군요. 탄탄한 몸매와 근육을 가진 사람들이 TV에 하도 많이 나오니 나 빼고는 다들 멋진 몸을 가진 것 같아 저도 운동을 계획했습니다. 평소 유산소 운동은 하고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근육이 영 늘지 않아 농담처럼 말하는 그 "쇠질"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해보지 않은 근육 운동을 했더니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결국 다시 익숙한 달리기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제가 근육을 키워볼까 했던 것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만 반복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편안하고 안정적이지만 왠지 지루한 느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 보면 지루함이 사라질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요즘 트렌드에 맞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보려고 한 것이지요. 새로운 경험에는 많은 이점이 있거든요. 이미 노화가 시작된 뇌세포들의 노화도 늦추고 활력을 주며 새로운 신경 회로를 생성시키는 좋은 영양소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요.

새로운 경험이 주는 가장 큰 효과는 우리의 자아를 확장시키는 점입니다. 우리가 고정관념 또는 선입견이라고 부르는 생각은 환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신에 대한 인식에도 적용하게 됩니다. '나는 그런 거 못해. 나는 운동같은 거보다는 머리 쓰는 걸 좋아하지. 나한테 맞는 스타일이 아니야.' 등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이런 고정적이고 집착적인 마음은 삶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이럴 때 고정된 마음을 바꾸기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새로운 경험입니다. 우리가 해외 여행을 나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해외 여행은 솔직히 불편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안전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 살다가 다른 나라에 가면 여러모로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해외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이죠. 낯선 사람들과 환경들이 우리 마음의 집착을 덜어내게 됩니다. 그 곳에 적응해 가는 나를 보면서 나에게 있는 새로운 면들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나는 이래.' 라고 했던 마음에 금이 가고 새로운 경험들이 채워지면서 나는 더 확장되어 갑니다. 우리 자아는 그런 성장과 확장으로 인해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혹시 계획했던 운동이 작심삼일로 끝나지는 않으셨는지요? 일년의 한 분기가 지나가는 시점입니다. 새로운 각오와 결심으로 다시 운동을 시작해 봅시다. 이번에는 너무 거창하게 준비하지 말고 10분만 걷는 것으로 간단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선은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성취해 내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성공들을 쌓아가면서 조금씩 목표를 높이기를 반복하면 TV에서만 보던 남의 몸처럼 우리에게도 복근이 생길 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 날을 기대하며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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