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본 짧은 영상이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캐나다 기러기의 새끼들에 관한 영상이었습니다. 캐나다 기러기들은 흰머리수리가 살다 떠나버린 높은 나무 위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마침내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높은 둥지 위에서 자라기 시작하지요.

솜털이 나고 몸집이 자라던 어느 날, 새끼들은 지상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높은 둥지 위에 머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아직 날개도 충분히 돋지 않고, 날 줄도 모르는 새끼들이 어떻게 지상으로 내려올까요? 설마 어미가 한 마리씩 입으로 물어 나르든지, 자기 날개 위에 태워서 나르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지요.

부지런히 먹을 것을 물어다 주던 어미가 어느 순간부터 나타나지를 않으니 새끼들은 당황합니다. 자신들이 버림을 당한 것 아닐까 두려웠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영상을 보는 나도 어미가 뭔가 잘못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둥지 안 새끼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어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새끼들이 잘 알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 분명 어미의 목소리입니다.

어미의 목소리는 새끼들을 땅으로 불러내는 소리입니다. 내가 여기 있으니 안심하고 뛰어내리라는 소리이지요. 하지만 어린 새끼들에게는 아찔한 높이, 선뜻 뛰어내리지를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미의 목소리는 더 커집니다. 마치 나를 믿고 뛰어내리라는 호소처럼 들립니다.

마침내 새끼 중의 한 마리가 용기를 냅니다. 허공으로, 어미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몸을 날립니다. 새끼에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까마득한 높이, 그 엄청난 두려움을 이겨내고 몸을 던집니다. 허공으로 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무모해 보이면 무모해 보일수록 와락 어미 품에 안기는 것 같습니다.

한 마리가 사라지자 다른 새끼들이 더욱 당황합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또 한 마리의 새끼가 흰머리수리가 둥지를 만들 때 썼던 나뭇가지 끝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몸을 던집니다. 새끼들은 두 가지 두려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몸을 던지는 두려움과, 어미 없이 높은 둥지에서 사는 두려움 사이에서 말이지요.

마침내 한 마리가 남았습니다. 아마도 새끼들 중에서 가장 겁이 많은 새끼였을지도 모릅니다. 알에서 가장 늦게 깨어난 막내였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그는 다른 형제들이 모두 뛰어내려 아무도 없는 둥지를 오갈 뿐 선뜻 결단을 못합니다.

저러다 혼자 남으면 둥지 위에서 굶어죽는 것 아닐까, 혹시라도 다른 새가 보고 낚아 채가는 것은 아닐까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마침내 마지막 새도 결단을 합니다. 마치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는 듯 둥지의 가장자리로 나아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형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허공을 향해 몸을 내던집니다.

마지막 새끼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박수라도 보내고 싶었습니다. 영상은 새끼들이 어미를 만나는 장면을 담지 않았지만, 기러기 가족들은 얼마든지 지상에서 만났을 것입니다. 죽음의 두려움까지 이기게 하는 무모한 신뢰,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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