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특집⑩] 첫 단추 잘 끼워야
양산시, 웅상 폐기물산 2002년 허가
40m높이 도시미관 저해·안전사고 우려
2020년 개선사업 추진, 두 차례 연장
우기 붕괴 우려에 작년부터 공사 중단
한송예술인촌, 20년 미준공 활성화 요원
용도 부적절 양평원, 입주 10년만에 퇴출
디자인센터, 공원시설 전시장 용도 논란

양산신문은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현재 양산시가 추진 중인 각종 주요 역점사업에 대해 추진사항과 문제점 등을 다각도로 기획취재해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이는 웅비하는 양산시가 더 건전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하는 차원에서 분야별 문제점 등을 취재 보도해 양산시정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양산시민들에게 보다 심도 있는'알 권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입니다. 시리즈 게재중이라도 이와 관련된 고견과 다양한 제보를 환영합니다.(편집자주)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줄줄이 단추가 어긋나면서 마지막 단추는 끼울 자리도 없게 된다.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면서 입고 있는 본인은 물론 보는 이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흔히 시작부터 잘못하다는 의미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는 표현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시작이 잘못되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행정력이 그 만큼 낭비되고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에게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혈세가 날아가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임시방편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산시에서도 이처럼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하는 반면교사가 더러 있다.

■ 답보 상태에 빠진 웅상 폐기물산

덕계동 폐기물산 전경
덕계동 폐기물산 전경

2022년까지 수습하겠다던 웅상 폐기물산 개선 사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야금야금 사업기간을 1년씩 연장하고 있다. 그 동안 산처럼 쌓인 폐골재는 거의 변함없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웅상 폐기물산은 덕계동 232-2 일원 폐기물 처리시설을 뜻한다. 양산시는 지난 2002년부터 두 차례 이곳에 폐기물 처리 허가를 내줬다. 그리고 지난 2020년에는 면적을 13만4천㎡에서 14만6천㎡로 1만2천㎡ 확장하는 세 번째 허가까지 내줬다. 약 2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면적은 4만8천㎡로 3배 가량 늘었고, 폐골재 높이가 40m에 이르러 송전탑을 건드릴 위험까지 처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 안전사고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산처럼 40m 정도 쌓은 폐골재를 최소한 10~15m 정도 높이로 낮추고 수목을 식재해 미관 개선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3차 확장 허가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웅상지역에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건설폐기물을 순환골재로 야적하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폐기물산을 어떻게 해서든 유지는 하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러기 위해서 부지를 확장하는 대신 재해 위험성이 있는 사면부를 완화하면서 녹지를 조성해 미관 개선과 재해 발생 방지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그만 동산인줄로만 알고 지나치던 주민들은 뒤늦게 이곳이 실은 폐기물산이란 것으로 알고 충격을 받았다. 웅상주민들은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폐기물산 반대에 적극 나섰다.

양산시도 답답한 심정이다. 이곳은 웅상지역에서 유일하게 건축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고, 과거에는 주변에 주거지역이 없어 민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비산먼지나 소각 등 민원이 빈번하다.

설상가상 2022년 준공 예정이던 사업이 건설경기 악화로 부재 및 공사 자재 수급이 불안해진데다, 폐모래 40만㎡를 버리기 위한 사토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이에 해당 사업체는 양산시에 1년간 사업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양산시도 안정적인 사토장 확보 및 공정관리 철저 등 사업 조속 정상 시행을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보다 못한 양산시의회에서도 지난해 6월 행정사무감사에서 양산시의 행정조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폐기물산 높이를 낮출 것을 촉구했다. 이에 당시 양산시 관계자는 "만약 계획대로 시행이 되지 않을 경우 고발까지 검토하겠다. 실시계획 인가를 취소하는 안까지 검토해 사업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정작 돌아온 것은 사업기간 1년 연장이었다. 양산시는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시설사업 웅상지구 폐기물처리시설 조성사업 실시계획(변경)인가를 위한 열람 공고'를 고시하고 사업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진행상황도 더디다. 지난해 가을 일부 순환골재가 반출되기는 했지만 폐기물산 높이 변화는 지난해와 거의 다름없는 수준이다. 안전성 문제로 지난해 4월부터 개선 공사는 중지된 반면 폐기물 반입은 그대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점검에서 우기 시 사면이 붕괴될 수도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4월부터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지금은 일부 토사가 반출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으로 보고 공사 중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보강토 5단 옹벽이 다 되면서 전체 공정은 50% 이상이다. 수목 식재와 침사지, 석축 3단만 올라가면 되는데 적재된 순환골재 반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시에서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사업이다 보니 상황이 좀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일단 올해 말까지 최대한 사업을 독촉하며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사업 초기부터 편법 논란

한송예술인촌 전경

사업 초기부터 편법 논란이 불거졌던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송예술인촌이다. 1999년부터 사업이 시작된 한송예술인촌은 하북면 초산리 일대 야산 17만3000여㎡에 국·도·시비 113억원과 민자 381억원 등 총 494억원을 들여 2005년 조성에 들어갔다. 거주 공간이 포함된 예술인 창작동 53곳을 비롯해 한송아트홀, 야외 공연장, 조각공원 등이 들어섰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과 종합전시관은 시가 건설하고, 창작동 등은 입주 예술인들이 부지를 매입해 건축했다.

하지만 20년이 다되어가는 현 시점에서도 아직까지 전체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고 일부 시설이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운영 중이다. 민자로 추진한 창작동 건립사업은 경제난 등으로 민자 유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표류했고, 당초 창작동을 개방해 작가의 창작 모습과 전시작품을 방문객에게 보여주는 체험 관광지로 조성한다는 취지가 퇴색해 상당수 창작동이 개방되지 않은 채 별장이나 개인 창작공간으로 장기간 사용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승인권자인 양산시는 예술촌이 일괄 준공돼야 하지만 일부 시설물이 설계와 다르게 건립되는 등 문제점이 있어 지연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양산시가 전체를 지적측량한 결과 실시계획인가 면적을 2천200㎡가량 초과한 토지가 추가로 형성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한송예술협회는 사용승인이 나야 수익사업과 창작실 개방 등 예술촌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양산시에 사업 승인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2007년 완공된 한송아트홀은 방치됐다. 국·도·시비 67억원이 투입돼 지상 2층, 연건축면적 2천220㎡ 규모인 한송아트홀은 완공 3년이 되도록 외부 전시회만 6차례 열렸을 뿐 사실상 방치되면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당시 양산지역구 국회의원이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앞장서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남부센터(이하 '양평원')를 한송아트홀에 유치했다. 한송아트홀 일부를 리모델링해 3개의 강의실과 사무실 등을 갖춘 양평원은 매년 1천여 명의 공무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인지교육, 양성평등교육을 개설해 운영해왔다. 양평원 유치를 통해 양산시의 여성친화도시 선정에 일조함은 물론 매년 교육인원의 방문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예술창작품 전시를 목적으로 국비지원까지 받은 전시장을 사무실과 교육장으로 전용하고, 이마저도 무상으로 임대한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감사원도 한송아트홀의 부지용도인 '유원지'에 맞지 않는 교육시설 입주는 '불법'이라 밝혔다. 여기에 여성가족부가 권역별로 여성정책개발원을 설치하면서 대체교육기관이 생겼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면교육이 줄고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면서 양평원 조직도 축소됐다.

결국 양평원은 어렵게 유치한 국가기관이 편법 입주 논란에 휩싸인 사례로 남으면서 2021년 8월 31일자로 운영을 공식 종료했다. 이에 한송아트홀은 다시 활성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송예술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23년동안 한송아트홀 행사는 '초산들허수아비축제', '한송정기전시회', '더파이브 뮤직페스타' 등 3건에 불과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2015년 물금 7호근린공원(현재 디자인공원)에 개관한 미래디자인융합센터다. 2012년부터 국비 180억원 등 총 2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만여㎡ 부지에 연면적 6천311㎡,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이 역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양산시로 유치한 치적사업이지만 디자인센터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전시장으로 승인되다 보니 연구 목적의 디자인센터를 전시장으로 볼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됐다. 또 공원시설이다 보니 타 용도로 사용되거나 사무실 임대 등이 불가하다. 더욱이 시유지를 무상 제공하기로 하면서 재정수입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는 치적 사업을 위해 무리하게 디자인센터를 유치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용도가 한정되다 보니 디자인센터 1층 사무실 공간 대부분이 빈 채로 있었고 활성화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결국 경남도가 올해 이곳에 창업 거점 'G-스페이스 동부'를 개소하면서 물꼬를 트게 됐다. 지난해 12월 개소한 'G-스페이스 동부'는 경남도와 양산시가 열악한 지역 창업생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디자인융합센터 유휴공간 2천81㎡에 국비 14억원을 포함한 총 23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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