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의 한계와 민화의 비전

 

모더니즘 미술의 특징은 회화의 자율성 문제를 삶과 사회 혹은 문학적 내용과 같은 서사적인 내용을 빼나가는 것이 자율적이라고 보았다.

피카소를 계승한 몬드리안은 입체주의를 지적인것으로 해석하여 사물을 수평과 수직으로 귀결시키며 색은 3원색이라는 기하추상으로 환원시켰다.

새롭게 등장한 몬드리안의 이러한 새 룰은 파격을 낳긴 했으나 예술표현에 있어서 더 이상의 유희와 확장의 문을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는 미술을 수학적 비례로 가지고 가서, 미술만의 자율성을 위해 문학적인 것을 뺀 결과 수학만이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이것은 오히려 미술의 자율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모더니즘의 한계를 보여준다.

수평과 수직만 남게 된 모더니즘을 더 끌고 간 것이 미니멀리즘이며, 대상을 아예 없애 버린 단색화는 개성과 자기 고유성이 드러나지 않고 결국 작품이 비슷비슷하고 비례만 달리하는것 밖에 더 이상 확장이 불가한 한계가 있다. 여기서는 예술가의 개성이나 고유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형태와 대상이 살아 있었던 후기인상주의와 피카소의 입체주의 이후의 서양미술은 너무 환원적으로 흘러가면서 개성이 없어지고, 오히려 룰에 의해 작품이 제작 되어 엄밀히 작가마다의 고유성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한계를 조선민화를 통해서 새로운 비전을 엿보고자 한다. (뭐든 자기만의 생각은 있어야 하는 거니까)

책거리를 보자.

책, 책장, 책상, 두루마리, 항아리 등 대상을 없애지 않았기에 표현선택의 여지와 확장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대상의 재현만 추구한 것도 아니다.

책갑의 앞뒤가 구분되지 않으며 완연한 추상이 아니면서 자율성이 있다. 디자인적이면서도 회화적이다.

입체주의처럼 여러가지 시점이 결합되어있다.

지식에 잡히거나 주제에 종속되거나 빠지지도 않는 일정한 공식이 없는 대자유가 있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므로 시적이고 모호하다. 그래서 룰이 파악 되지 않는다.

몬드리안의 수학적 룰의 한계를 조선민화의 비논리적인 대자유의 표현으로 현대미술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렇듯 조선민화의 책거리에는 서양을 커닝하지 않아도 스스로 충분히 현대적 요소를 다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민화라는 새 용어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민화는 그 자체로 현대적이다.

오늘날 현대미술에 있어서 민화의 위치는 어디쯤 일까?

우리는 전통적 양식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고, 또 그 전통에 갇히지 않고 다시 신선함을 재창출 해 내고 있는가.

민화가 기존의 전통양식에서 벗어난 파격속에서 대자유의 신선함을 창출해 내었듯, 우리는 그러한 민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또 다른 파격 속 새로움을 창출해 내어야 한다.

예술이란 새로움이고 달라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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