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천성산 생태 숲길을 위하여

천성산 정상인 원효봉을 바로 앞에 두고 마지막 힘을 내어 힘차게 오르는 코스 답사팀.

웰니스 문화관광은 건강과 휴식, 스트레스 해소 등을 목표로 하는 관광 활동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태 숲길'은 웰니스 문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장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현대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역 사회를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강조되고 있다. 생태 숲길은 이러한 원칙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체험형 관광'이다. 단순히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하는 형태의 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체험형 관광을 제공하는 장소로는 생태 숲길이 최적이다. 셋째, '건강과 웰빙'을 함께 생각한다. 스트레스 해소, 명상, 요가, 건강식품 등 건강과 웰빙에 초점을 맞춘 관광이 성장하고 있다. 생태 숲길은 이러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넷째, '디지털 디톡스' 추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생태 숲길'은 이러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할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여러 선진국과 지역들은 다양한 생태 숲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곧 지역문화를 입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지역의 역사, 지역의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 풍습 등 다양한 문화의 내용들을 '생태 숲길'에 옷을 입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지속 가능한 생태 숲길, 지속 가능한 웰니스 문화가 되는 것이다.

천성산 정상인 원효봉 기념석에서의 답사팀. 안기홍 드론 영상팀장이 기념 촬영해 주었다.​​(앞줄 좌 황용순 팀장, 우 현상우 영상팀장. 뒷줄 좌 필자, 우 김인수 원장)
천성산 정상인 원효봉 기념석에서의 답사팀. 안기홍 드론 영상팀장이 기념 촬영해 주었다.​​(앞줄 좌 황용순 팀장, 우 현상우 영상팀장. 뒷줄 좌 필자, 우 김인수 원장)

■ 혹한의 추위 속에 출발한 1번 코스 답사
2023년 1월 24일(화), 음력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앞선 15일, 답사를 하였던 1코스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코스 개발이 필요하였다. 천성산 생태 숲길의 1코스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대표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경로선택이 관건이었다. 유라시아 첫 일출의 천성산 1번 코스는 천성산 정상(원효봉)을 반환점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 명제였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원칙이기에 원효봉을 포함한 대략적인 코스를 설계하였다. 황용순 1코스 팀장, 김인수 요양원장, 현상우 영상팀장, 안기홍 드론 영상팀장, 필자 등 5명은 추위에 대비한 만반의 옷차림을 갖추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주 행사장인 웅상체육공원에서 출발하여 등잔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를 통해 '떡방아 목'에 도착하였다. '떡방아 목(예부터 평산마을에서 떡방아 모가지라고 부르는 이 고개는 위에서 보면 떡방아 절구통의 잘록한 허리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에 유래한다)'에 도착하였다. 출발할 때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해발 479m로 그렇게 높지 않은 등잔산에도 강추위의 센 바람이 엄습해 왔다.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온다는 기상예보가 있긴 했지만, 일찍 코스를 결정해야 세부적인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설날 연휴라 해도 마냥 쉴 수는 없었다. 또한 본 연구원의 위원들이 모두 직장인인지라 음력 설날의 연휴를 놓치면 다시 시간을 정하기가 어려운 사정도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3개의 코스 구성을 끝내야만 했다. 그리고 안전 사항까지 준비해야만 하는 시간적·심리적 부담감도 우리들의 마음을 서둘게 하였다.

'떡방아 목'을 지나 '이산만 저만디' 고개길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긴 거리를 온 것도 아닌데 벌써 숨이 차다. 어릴 적 기억이 난다. 겨울철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지게를 지고 밥 먹듯 다녔던 길이다. 어느 때는 하루 세 번 이상을 오르기도 했던 길이다. 봄철이면 어머니가 산나물 캐러 갔다 오실 때쯤 지게를 지고 나물 마중을 왔던 곳,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 마음 한 곳에 남아 있다. 아련하면서도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숨이 차다. 초반부터 경사가 심한 길에 차가운 겨울의 공기로 인해 더욱 숨이 찬 것 같다. 그러나 황용순 팀장은 훨씬 앞서가고 있었다. 게다가 '천성산 유라시아 일출 전국걷기대회'라는 홍보 띠마저 연신 부착하면서 재빠르게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행은 모두 손이 시려 손가락이 얼얼하게 굳어 있는데 참 신기하기만 하였다.

'큰 바위 석굴'에 도착하였다. 지난 2013년 양산시의 지원으로 설치한 스토리 안내판이 잘 보존되어 석굴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원효대사 수행처이기도 하였던 '큰 바위 석굴'은 음력 정월대보름이면 평산·덕계·주진·백동 등 천성산 동쪽 자락에 거주하던 남녀노소 주민들이 올라와 소원을 빌고 액운을 물리치려 치성을 드리던 곳이다. 휘영청 밝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소망을 빌었던 어릴 적 추억에 잠겼다. 동해 일출을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면 보름달 또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저런 추억 덕분에 겨울 산행의 힘듦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사방으로 트인 조망 덕분에 동쪽의 대운산 그리고 북쪽으로 울산의 온산공단이 동해의 앞바다와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 동남쪽으로는 부산의 정관신도시와 저 멀리 해운대와 광안리의 아파트 숲이 아른거린다.

봄에 철쭉이 활짝 필 때면 진행되는 천성산 철쭉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을 만났다. 걷기 축제 당일에 안전 차량 진입 가능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먼저 출발했던 팀이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하다 보니 강추위에 적응이 되지 않아 도보로 동행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하산 도착 지점인 법기수원지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도보 일행은 다시 출발하였다. 회야강의 최상류인 '은수고개(비녀목이라고도 한다. 위에서 보면 여인이 쪽을 진 머리에 비녀를 꼿은 모양이라고 한다)'를 지나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길에다 나무뿌리, 돌부리가 발걸음을 더디게 하였다.

세찬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정상인 원효봉에 도착하였다. 동서남북으로 어디를 보나 막힌 곳이 없다. 가까이는 금정산의 고당봉, 저 멀리 창원의 불모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북서쪽에 보이는 통도사를 감싸고 있는 영축산의 위엄도 느껴진다. 그 뒤로 신불산, 가지산의 산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니 천성산의 매력은 끝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어가는 추위 속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등산배낭 속에 담아간 생수통을 거꾸로 세워도 꽁꽁 얼어 있어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비상식량으로 가져갔던 떡마저 바위처럼 얼어버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록사진만은 남겨야 했다. 얼어붙은 손으로 간신히 몇 장을 찍었다. 드론 촬영을 시도했던 안기홍 팀장은 세찬 바람에 도저히 띄울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였다.

천성산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서 끝부분이다. 하산하는 길은 용천지맥을 통해서 법기수원지 방향으로 가기로 선택하였다. 원효암 주차장을 지나 용천지맥 첫 고개를 넘었다. 아! 그런데 이 첫 고개를 넘어서 이어지는 고개길이 몇 굽이던가. 말로만 듣던, 책에서나 보았던 첩첩산중(疊疊山中)이 이 고갯길일 줄이야. 넘고, 넘고, 또 넘고. 이번이 끝이겠지, 제발 이번 고개가 끝이었으면, 하지만 또 오르막이 시작되고. 설마 바다가 시작되는 데까지 가기나 할까 호기 어린 마음으로 용기를 다시 내어 고개를 넘고 또 넘었다.

제1회 천성산생태숲길전국걷기축제(2023.11.11.) 때, 1코스 유라시아 일출 코스의 천성산     정상의 반환점을 돌고 내려가는 참가자들. (사진 제공, KNN 촬영팀)

■ 천성산 문화가 살아 있는 생태 숲길을 위해
무사히 법기수원지에 도착하였다. 정말 강추위 속에 한 명도 부상없이, 별다른 이상없이 도착하였다. 이것을 두고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한 분도 불편한 기색없이 강추위 속에서도 험한 경로를 무사 완주하였으니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이었다. 오직 천성산 제1코스의 멋진 생태 숲길을 위해, 천성산의 가치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매력적인 경로를 구성하기 위해 마음과 행동을 함께 모아 준 팀원들이 고맙고 또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 뒤로 무지개 폭포, 은불암(죽림사), 아영골 등 몇 구간을 더 답사하였다. 최종적으로 총거리 15km, 소요 시간 6시간 걸리는 코스를 결정하였다. 웅상체육공원에서 출발하여 등잔산 전망대와 이산만 저만디, 큰 바위 석굴, 은수고개, 원효봉 정상을 반환하여 다시 은수고개, 철쭉제 행사장을 통해 임도로 내려오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나름대로 천성산 숲길의 매력도 느끼면서 유라시아 첫 일출의 원효봉도 경유하는 의미 있는 코스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동부 양산(웅상)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회야강의 최상류인 은수고개를 거치는 코스이다. 따라서 시민은 물론 양산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탐방의 묘미를 주는 재미있는 코스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계속 추진해 나갈 지속 가능한 '천성산 생태 숲길'을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천성산의 생태 자연을 보호하면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가 병행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여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는 천성산 문화와 생태 숲길의 연계를 구성하여야 한다. 천성산의 문화는 원효와 불교문화가 근간이다. 이러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생태 숲길 체험과 함께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양산을 찾는 방문객들은 천성산 숲길 체험과 함께 지역의 문화도 이해하게 된다. 양산의 각 지역 주민들이 숲길의 관리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여, 지역의 문화와 지식이 숲길에 반영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방문객들에게도 지역의 문화와 천성산 생태 숲길의 연결을 이해하고 즐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천성산의 문화와 생태 숲길의 연계를 구성하여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자연적 가치가 상호 보완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

문화가 없는 사람은 허수아비이듯이, 문화가 없는 생태 숲길은 단순한 등산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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