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아! 왕자님 덕분에 가라국의 크나큰 우환거리를 제거하게 되었지만 자칫 하다가는 가라국의 진정한 기둥을 잃을 수도 있음이야.'

구타리지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라국 출신 관료라면 누구나 노질부를 제거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한 땅에서 유일한 그리고 최대의 동맹국인 신라 왕실과 조정을 뒷배경으로 가진 그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나이 이제 불과 13세에 불과한 무력 왕자가 그 일을 해낸 것이다. 그것도 완벽한 기회를 포착해서 말이다. 마현성 성주인 화경공주가 보낸 장계의 내용대로라면 노질부는 극형에 처할 죄를 지었다. 하지만 물시지의 말대로 경솔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성으로 압송해도 됐거늘. 그래서 신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구라타리지는 아쉬웠다. 노질부는 신라 쪽에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가라국이 국법의 지엄함을 내세워 노질부의 목을 치겠다하면 분명 커다란 양보안을 들고 협상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가라국은 대신라관계에 있어서 당분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력의 결정이 옳았다고 인정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일단 노질부가 도성으로 압송되었다면 가라국 조정에 폭넓게 진출해 있던 신라계 대신들은 물론이고 신라 왕실과 조정이 구명에 나설 것이고, 노질부는 그의 특유한 화려한 언변으로 자신의 죄를 무죄로 바꾸려 들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노질부는 무죄 방면되고 그를 현장에서 체포한 무력이 오히려 죄를 뒤집어쓰게 될 공산이 컸다. 일단 일이 그렇게 되면 가라국으로서는 무력을 위해 오히려 신라에 많은 양보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구타리지는 무력이 분명 그 점을 고려해 현장에서 노질부의 목을 친 것이라 생각했다.

"쿵!"

구타리지가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을 하는 동안 군선이 접안시설에 배를 대고 있었다. 군선의 앞뒤에 선 군사들이 계류삭을 던졌다. 배가 계류삭에 의해서 단단히 고정되자, 곧 배에서 굵은 판자를 이용해 제작된 하선용 판이 내려졌다. 그 판을 이용해 무력이 자신의 말을 몰고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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