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에는 기둥의 단단한 뿌리가 있다
소심한 잎 낱낱에 새겨진 가지들은
실은 바깥이 보고 싶은 뿌리다
나는 본다 은밀하게 목 말라하던
흘러 온 뿌리가 얼굴에 숨겨져 있어
뒤뜰 오동나무 잎에 그려진 잎맥처럼
뒤집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오래된
아버지가 투명하게 웃고 계시다
위 윗대 할아버지가 웃고 할머니가 울고
깊은, 먼 외가 뿌리까지 더하고 더해져
몸에 흘러 온 뿌리가 꿈틀거렸다
아, 그러다 어쩌면 지워지지 않는 흉터
실핏줄 타고 온 뿌리가 가느다랗게
새 잎에 얼굴로 숨어가서 뒷날 외손
멀리 가는 뿌리에게 전하기도 한다
손등에 불쑥 새겨진 잎맥을 고스란히
먹어치우는 어린 미소 닮은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피 한 방울
웃음에도 깊은 뿌리가 숨어 있다
강영환 시인
ysilbo@ys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