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와 현대미술

민화의 미학적 개념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민화를 지나치게 상징적 의미만을 부여하며 편협된 시각으로 해석 해 온 것은 아닐까.

가령, 복 부귀영화 장수 벽사 등

상징이 깃든 그림이라거나 해학이 있는 그림이라는 식의 해석 만으로 민화를 본다면 온전히 미적 대상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양식적 개념보다 미적 관점에서 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 그렇게 보았을때 민화중에는 대단한 걸작이 많이 있음을 알게된다.

민화의 미학적 개념은 인간이 자유로운 자기 본성을 그림으로 노래했고 이것은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맥락과 닿아있다고 정리 할 수 있다.

관습과 양식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분방함 속에 내멋대로 내맘대로 그린 것이기에 인간본연의 자유의지를 여실히 추구한 그림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19세기에 꽃을 피운 민화를 현대화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요인 두가지를 꼽으라면 첫째, 무명인이 그렸다는 점에서 우리 미술사에서 크게 인식을 받지못했다는 것이고 둘째, 민화의 감상과 해석을 지나치게 상징적 의미만을 두고 보아 오면서 미적인 개념을 잡지못한데 있었다고 본다.

그렇게 민화의 미학 개념이 정리되지 못한 채 양식적인 재현만 답습되어 왔을 뿐이다.

1세대 재현민화작가가 어쩌다가 민화의 본本을 처음 만들어 활용하면서 근래에 재현민화의 붐이 일어나게 되었지만 재현은 그 자체가 민화의 자유로운 본성을 표현한 것에서 이미 저 멀리 벗어나 있다고 본다. 본래 본本은 화원이나 화승들의 집단 공동작업에 필요했고 궁중회화나 불화를 그리는데 사용되어 왔었다.

민화는 본이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창작화이고 민화의 자유분방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없는 독창성이 있다.

개화기에 한국화단은 서양미술의 도입과 거기에 한국적인 정서를 얹어 우리미술의 현대화를 이루어 나갔지만, 그때 민화로 현대화의 출발이 되었다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고, 자생적 현대화가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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