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문화관광의 국가대표, 천성산 생태 숲길

천성산의 겨울, 아직 단풍잎이 남아 서정시를 읊게 한다.
천성산의 겨울, 겨우내 단풍잎이 남아 서정시를 읊게 한다.

일반적으로 웰니스 문화관광과 생태 숲길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웰니스 문화관광은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면서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며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천하는 형태의 여행을 의미한다. 생태 숲길은 주로 숲이나 자연환경을 따라 설치된 산책로이며, 식물, 동물, 자연 경관 등 다양한 생태계를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태 숲길을 따라 걷는 것은 신체적인 활동과 생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건강한 생활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니스 문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생태 숲길은 자연환경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활동으로서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천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웰니스 문화관광의 핵심 가치와 일치하는 것이다.

천성산은 다양한 야생화와 야생 버섯 등 천연 식생과 고라니, 멧돼지, 토끼, 다람쥐 등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천성산 숲길을 따라 걷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어 웰니스 문화의 핵심인 힐링과 생태 관광에 적합한 곳이라 말할 수 있겠다.

천성산 누리길 중간에 있는 쉼터. 2016년에 조성된 이 둘레길은 접근성으로 인해 이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천성산 누리길 중간에 있는 쉼터. 2016년에 조성된 이 둘레길은 접근성으로 인해 이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 역사·생태문화 교육의 박물관, 천성산
우리 양산의 '천성산 생태 숲길'은 휴양과 치유는 물론 생태문화관광도 가능한 웰니스 문화관광의 대한민국 대표이다.

천성산 생태 숲길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자연 속에서의 힐링이 꼽힌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천성산은 다양한 식생과 동물,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방문객들에게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둘째로, 천성산 생태숲길은 다양한 난이도와 관심사에 따른 코스를 제공한다. 곳곳에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 화엄 습지와 천연야생화의 생태 관광, 자신의 체력에 맞춘 코스 등 이를 통해 본인의 체력과 관심에 맞게 코스를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

셋째로, 불교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 천성산에는 불교 문화유적지가 곳곳에 즐비하다. 천성산이라는 이름도 원효가 1,000명의 성인(聖人)을 배출하였다 하여 천성산(千聖山)이라 이름한다. 원효의 89 암자도 천성산 곳곳에서 속세의 고통과 번민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이외에도 천성산은 포천산, 원적산, 원효산, 안적산, 두성산, 소금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최근 1920년대에는 통도사 경봉 대선사가 '신금강산'이라고 선포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성산을 방문하게 되면 다양한 면에서 힐링을 느낄 수 있다. 생태 자연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 불교의 역사문화도 체험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넷째, 유라시아 첫 일출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천성산은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심어주는 최고의 장소일 뿐 아니라 꿈과 비전을 키우고 실현하는 학습장이 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접근성이 용이하다. 양산시는 부산, 울산 등 대도시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KTX나 고속버스 등을 통해서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양산시 물금에 KTX 정차역이 생겨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으며, 가까운 김해에 있는 국내·국제공항을 이용할 수도 있다.

천성산 무지개폭포. 은수고개와 함께 회야강의 상류이다.
천성산 무지개폭포. 은수고개와 함께 회야강의 상류이다.

■ 천성산의 생태 숲길, 둘레길 구성을 위하여 걷다
천성산에 대해 그동안 정리해 왔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걷기 축제를 위한 둘레길 구성을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천성산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양산시민은 물론이고 천성산을 찾는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2012년 탐방을 시작하면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18개의 구간을 설정하였다. 나름 천성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걷기 난이도, 세대별, 그리고 천성산을 찾는 이들의 선호도를 예상하여 구성해 보았다.

천성산 생태 숲길의 코스별 선호도는 앞서 얘기했던 "천성산, 그 속에 품은 천 가지 이야기'에서 다섯 분야로 분류했던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것은 답사하면서 스토리텔링을 정리하기 위함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걷기 축제를 위한 경로를 다시 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둘레길을 직접 걸어 보아야만 되는 것이다. 거리와 소요 시간, 그리고 안전도를 측정하지 않으면 걷기 축제를 개최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둘레길의 시작점에서 종착점에 도착하기까지의 경로에서 혹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후송할 수 있는 위치와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어야 할 장소를 파악해야만 하였다. 그리고 그 둘레길의 경로에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참가자들 또는 천성산을 찾는 이에게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여야 했다. 역사가 숨 쉬는 천성산 생태 숲길, 천성산의 생태문화가 살아 있는 생태 숲길, 그리고 원효대사의 발자취와 불교문화의 박물관인 천성산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본 연구원의 노력이 집중되었다. 그 이유는 '천성산 생태 숲길'은 단순한 등반이나 산행, 산책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스가 어려우면 어려운 만큼 쉬우면 쉬운 만큼 그 길이 가지고 있는, 그에 걸맞는 천성산의 이야기가 옷을 입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생명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시작부터 염두에 두었던 다시 찾고 싶은 천성산, 머물고 싶은 천성산, 다시 찾고 싶은 양산,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양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제적인 생태 숲길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본 연구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고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있는 둘레길 구성을 위해 몇 번이 되든 끊임없이 걸으며 느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은불암(예 죽림사)앞의 녹차밭. 좌측부터 김인수 원장, 필자, 정경남 시인, 김근우 3코스팀장. 현상우 영상팀장은 사진촬영 중.
은불암(예 죽림사)앞의 녹차밭. 좌측부터 김인수 원장, 필자, 정경남 시인, 김근우 3코스팀장. 현상우 영상팀장은 사진촬영 중.

■ 지속가능한 생태 숲길은 직접 체험을 통해서...
2023년 1월 7일(토), 부산 갈맷길 답사를 다녀왔다. 송정에서 해운대로 연결되는 3코스, 송정역에서 미포정거장까지 5.8km,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함께 동행한 정경남 시인. 김인수 요양원 원장, 현상우 영상팀장과 자녀 등 일행은 송정의 바다 옆으로 방부목으로 넓게 조성된 길을 따라 걸었다.

바다와 도심, 그리고 기차를 이용한 관광열차가 돋보이는 갈맷길이었다. 나름대로 상세한 안내표지판과 곳곳에 설치된 '포토 존(photo zone)'은 나름대로 매력적인 둘레길이었다.

2023년 1월 8일(일), 부산 갈맷길을 다녀온 다음 날이었다. 가족 단위 참가를 염두에 둔 3코스 답사를 위해 3코스 구성을 맡은 김근우 팀장과 함께 천성산 누리길을 올랐다. 법기수원지에서 출발해 평산동 장흥마을까지 연결된 누리길은 총연장 5.8km, 소요 시간 2시간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걸어 보니 가족 단위로 걸을 때는 3시간 정도 예상되어 난이도가 높은 길이었다. 편백숲 둘레길 2.6km, 하늘마루길 1.5km, 솔 향기 둘레길 1.7km로 구성되어 재미있는 길이지만 걷기 축제 코스로 선택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잠정적으로 청산산 둘레길 순환 코스를 결정해야만 하였다. 청산산 둘레길은 총길이 4.3km, 2시간 정도 소요되고 웅상체육공원에서 출발하여 원점 회귀하는 코스로 가족 간 또는 동호회별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김근우 3코스 팀장, 황용순 1코스 팀장(현재는 코스 총괄을 맡아 천성산 생태 숲길을 기획하고 있다) 등 몇 차례의 답사를 통해 청산산 둘레길에 등잔산 전망대를 추가하여 5.5km로 구성 확정지었다.

2023년 1월 15일(일)은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듯 하늘엔 먹구름으로 잔뜩 덮여 있었다. 하지만 주말이 아니면 답사가 어려운 시간이라 1주일이라는 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비에 대비한 간단한 준비만 하고 1코스 답사를 위해 출발하였다.

장흥 저수지를 지나 오르는 길에 여전히 주차요금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차단막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일행은 무지개폭포를 향해 올라가면서 천성산의 맑디맑은 계곡의 정취를 느끼며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어떤 음악의 리듬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였다. 마음과 정신이 맑아지는 소리, 소소한 세상의 번민들이 씻겨 내려가는 소리, 온갖 생물에 생명의 힘을 주는 소리, 바로 그런 소리였다.

햇살이 비칠 때면 무지개가 뜬다는 무지개폭포(회야강의 상류)를 지나 은불암(예전의 죽림사)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천성산 600고지에 녹차밭 3,000여 평이 계단을 이루며 펼쳐져 있었다.

한겨울에 푸른 녹차밭을 보니 순간, 자연의 신비감에 힘든 몸이 조금 나아졌다. 녹차밭을 지나 조그마한 계곡 옆 푸른 대나무숲에 도착하였다. 갑자기 송아지(?)만큼 큰 개가 세 마리씩이나 뛰어나와 환영인 듯 위협인 듯 크게 짖으며 주위를 맴돌았다. 비를 맞으며 들어선 일행을 놀란 눈으로 반갑게 맞이한 스님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자그마한 다실(茶室)로 안내해 주었다.

감미로운 녹차와 라면까지 끓여 주시는 것이 아닌가. 온몸을 녹여 주는 따뜻한 국물에서 스님의 보리심(菩提心, 불교에서 깨달음의 마음, 깨달음을 향한, 혹은 이미 깨달은 마음을 말한다)이 우리의 마음속 깊이 전해 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원효봉 정상까지 1시간 이상 가야만 하는 길에다 길의 상태도 좋지 않다. 장흥 저수지를 지나 2시간 이상을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와야 하는 경로라 참가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코스는 산행을 즐기는 이들의 코스로 구성한다 해도 축제 당일에는 무리가 따르기에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못내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 일행의 빗길 하산을 위무해 주었다.

부산갈맷길 3코스, (구)송정역에서 미포정거장까지. 바다와 어우러진도심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부산갈맷길 3코스, (구)송정역에서 미포정거장까지. 바다와 어우러진도심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은불암(죽림사) 앞쪽에 재배되고 있는 녹차밭.
은불암(죽림사) 앞쪽에 재배되고 있는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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