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리인)

자왈 고자 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子曰 古者 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해석: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행동이 말을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해서였다.


말은 행동의 뿌리가 된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자신이 과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가를 생각해본 다음에 말을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해놓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많이 일어나니 공자께서 '말을 할 때 부끄러워하라, 그렇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논어』 「헌문」)'고 하였다. 그래서 말을 할 때 부끄러워하기 위해서는 말이 나올 때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기 위해서는 말이 시작되는 부분인 마음을 항상 깨어있게 해야 한다.

마음을 깨어있게 하기 위해서 조선의 유학자들은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학자가 남명 조식 선생(1501-1572)이다. 선생은 늘 깨어있게 하기 위해서 몸에 칼과 방울을 가지고 다녔다. 방울은 허리춤에 차면 움직일 때 '딸랑 딸랑'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선생은 자신의 마음이 깨어있는지 희미한지 마음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칼도 차고 다녔는데 칼에는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라는 글귀를 새겨놓고 자신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그 뜻은 '안을 밝히는 것이 경(敬)이고, 밖을 결단하는 것이 의(義)'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은 이렇게 마음은 늘 밝게 깨어있게 하였고 행동을 할 때는 정의에 어긋나는 것은 과감하게 단절하였다. 이렇게 정의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에 평생 가난했지만 수 많은 선비들이 선생의 명성을 듣고 지리산 골짜기에 살고 있는 선생을 찾아와서 배움을 청했다. 그때 선생은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삶의 지표로 삼기를 원했다.

천 섬 담을 수 있는 큰 종을 보라/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울리지 않는다오/어떻게 하면 지리산처럼/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덕산계곡에서)

선생은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 '산천재'라는 작은 집을 짓고 남은 여생을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보냈다. 지리산은 가장 넓고 깊은 산이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에 가볍게 반응하지 않는다. 선생은 사람들도 세상의 변화에 너무 쉽게 움직이지 말고 지리산 천왕봉처럼 불러도 움직이지 않는 그런 무게감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렇지 못해서 선생은 자기를 찾아오는 제자들에게 숙제를 던져 준 것이다. 선생의 많은 제자들은 가르침을 받들어서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말보다는 행동으로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섰다. 말과 행동의 하나됨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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