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의료체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동·서 양산의 주력병원들이 잇달아 의료공백을 빚게 되면서 지역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이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경영난, 섣부른 의료정책 등에 있는 만큼 지역 자체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 19일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현재 전체 전공의 163명 중 95%에 해당하는 156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근무를 중단하면서 수술, 시술, 검사, 입원 등 정상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병원 측은 "당장 수술을 취소하거나 줄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전임의가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 다소 연기가 될 수는 있다"면서 "의료진들 전원이 최대한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현장 위주로 대응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의 과부하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사태의 발단인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의료계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화의 길이 열려 있다면서도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한의사 업무영역 확대 등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온 사업들을 속속 시행하거나 검토에 착수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웅상지역 유일한 종합병원인 웅상중앙병원마저 경영난으로 인해 결국 3월 18일 폐업이 결정되면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병원 측은 27일 폐업 안내문을 통해 "지난해 12월 19일 병원장 별세 후 시와 함께 지역민 의료 이용 공백을 막고자 노력했으나 3월 18일자로 병원을 폐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웅상중앙병원은 동부양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응급실을 갖춘 병원으로, 웅상 주민 10만 명과 인근의 정관 주민 8만 명의 응급병원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코로나19의 여파로 몇 차례 부도처리가 되는 등 어렵사리 운영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위요섭 병원장이 병원을 인수해 개인병원운영 체재로 변환하면서 사정이 풀리는가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병원장이 사망하면서 다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폐업한다는 소문이 지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인수자를 물색했으나 병원이 안고 있는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만 하나만 운영하는데도 매월 2~3억원이나 들어가는 무리한 경영상태에 병원장 없이 오래동안 운영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의료대란 사태로 운영이 힘든 상황에 사태는 더욱 더 꼬여만 간다"며 "양산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해결될 것 같다"고 전했다.

양산의 주요 종합병원 두 곳이 동시에 위기에 빠지면서 지역주민들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 보건의료 재난위기 경보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됐다. 이러자 양산시에서는 27일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양산시 호소문'을 발표했다. 나동연 시장은 "최근 전공의 여러분들의 집단사직으로 촌각을 다투는 중증질환자들의 위급상황이 지속되거나 방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실 것을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대란에 책임감을 가지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공의 집단사직 문제는 근본적으로 현장과의 충분한 교감없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응에서 비롯됐다. 의대정원 확대는 전국민이 공감하고 적극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을 무시해서는 안될 노릇이다. 총선용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조속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웅상지역의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으로 응급병원이 계속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안 그래도 인프라가 부족한 웅상지역에 의료체계마저 붕괴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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