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력, 허를 찔리다.

"저기 오는 모양이외다."

먼저 군선을 발견한 구타리지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군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곁에선 물시지의 시선이 구타리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곧 돛을 활짝 펴고 접근 중인 군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모습이 작아 도착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려 보였다.

"어디 불편하시오? 오는 내내 아간의 표정이 좋지 않소이다."

구타리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아닙니다. 아침을 잘 못 먹었는지 속이 불편해 그런 모양입니다."

물시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구타리지는 그런가 보다하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다시 시선을 다가오고 있는 군선을 향해 돌렸다. 물시지는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오르거든 후미로 쳐져라?'

사실 물시지는 등청하기 전에 신원을 밝히지 않은 자로부터 잘 봉해진 주머니를 하나 받았었다. 속에는 글귀가 적힌 천조각이 들어 있었는데, 그 내용인즉 고개를 오르면 가장 후미에 서서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물시지가 천조각을 다시 살펴보니, 신라관복 자락이었었다. 직감적으로 물시지는 노질부와 관계된 신라 내 인물 중에서 누군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었다. 그리고 그게 누구든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자가 분명하 여겼다. 물시지는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위해서 은근히 화제를 돌렸다.

"노대인의 목을 치다니. 이번에 왕자님께서 경솔하셨습니다."

물시지가 혀를 차며 말했다.

"공은 말을 함부로 하시는구려! 왕자님께 경솔하다니! 그 무슨 망발이요!"

구타리지가 발끈하며 대꾸했다.

"공께서도 잘 알다시피 노대인은 신라의 진골 귀족일뿐만이 아니라 신라 왕실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이요. 우리 가라국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큼 거물이외다. 그런 분의 목을 대왕의 제가도 없이 치시다니. 그것이 경솔하지 않다면 도대체 뭐가 경솔하다는 것옵니까?"

구타리지보다 관등이 한 단계 아래인 물시지였지만 지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마현성의 성주님이신 화경공주께서 보낸 장계를 공도 봤지 않았소이까! 노질부 그 자는 우리 가라국 왕실의 비급을 훔치려 했을 뿐만이 아니라 사사로인 군대를 동원해 증거를 인멸하려 하였소이다! 그런 자를 잡아 죽인 왕자님을 경솔하다고 하다니. 도대체 공은 신라의 신하요 아니면 가라국의 신하요!"

구타리지가 물시지를 잡아먹을 듯이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비록 키가 165cm에 몸무게가 65kg가 채 되지 못하는 왜소하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구타리지였지만 오랜 세월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기에 목소리만큼은 천둥소리를 연상시킬 만큼 우렁찼다. 덕분에 수행하고 있던 장수부터 군사들까지 두 사람의 언쟁에 관심을 보이며 눈길을 주고 있었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