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스토리텔링으로 거듭나는 천성산

천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 2024년 2월 24일인 어제, 1코스 답사를 위해 눈덮인 천성산에 올랐다.
천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 2024년 2월 24일인 어제, 1코스 답사를 위해 눈덮인 천성산에 올랐다.

2015년 어느 봄날. 만물이 생동하면서 온 천지가 싱그러운 봄의 기운으로 가득 차 오던 날이었다. 지인과 지역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입구에서 훤칠한 키에 맑은 얼굴을 한 스님 한 분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궁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 왔을 때, 아! 이게 누구인가. 얼마 만에 보는 얼굴인가. 어린 시절 함께 개구쟁이 장난을 치며 냇가에서 벌거벗고 멱도 감으며 함께 자랐던 친구가 아닌가. 필자가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하고 그 이후론 학교 공부와 직장 등 여러 가지 일로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한동안 보질 못했는데. 친구는 속세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붓다의 진리를 전달하는 환한 스님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필자와 친구는 서로가 깜짝 놀라 반가운 마음에 두 손을 잡고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놀란 얼굴로 서로 웃으며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자리를 잡고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꺼내는 이야기가 '천성산'이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하는가. 천성산은 양산의 미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천성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올바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에 서로의 마음이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그날 이후 어린 시절 친구였던 대안스님과 필자가 만날 때면 항상 천성산으로 시작하고 천성산의 이야기로 끝을 맺으며 천성산의 가치를 다듬어 가고 있다.

■ 탐방 10년, 역사·문화 스토리텔링으로 거듭나는 천성산
세미나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종합토론 시간이었다. 신용철 양산시립박물관장은 "양산 자원을 역사 테마를 중심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으며 시민과 전문가, 기관이 투트랙 시스템으로 양산의 문화 자원을 개발·발굴해야 한다"고 말하며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필자는 10년 전부터 양산도시문화연구원이 탐방을 계획하고 조사한 천성산을 비롯하여, 영축산, 금오산, 천태산, 토곡산·오봉산, 신기 산성길 등을 6개의 권역으로 묶어 둘레길 조성 설계 및 활용 방안을 소개하였다. 6개 권역별로 구분했던 이유는 양산의 지역별 특성을 살린 주제로서 지역별 경쟁력을 내세우고 마지막에는 이러한 길들을 모두 아우르는 둘레길을 구성하면 우리 양산에서 머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의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둘레길은 미래 세대가 꿈과 비전을 설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비록 지방일지라도 청소년들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로드맵을 가지고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고 있는 사이에 2021년 4월 월 양산시에서 발표한 '명품 양산 2,000리 둘레길 조성 기본계획 수립 용역’ 입찰공고를 알게 되었다. 마감 시간까지 불과 일주일여를 남겨 놓고 알게 되어 막막하기가 이를 데 없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을 총정리해 보자는 생각으로 입찰 준비를 결심하였다. 특히 제안서 기획을 맡은 이재달 교수님은 "체택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양산도시문화연구원의 그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여 자산으로 삼고자 한다."며 열정을 보여 주셨다. 일주일 동안 매일 밤 전화로 대화하며 거의 밤샘을 하면서 제안서를 준비하였다. 비록 최종 선택이 되진 못했지만 지난 10년의 탐방과 정리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앞으로 본원이 추진해야 할 로드맵이 형성되고 나침반이 생기게 되었음에 보람을 가졌다. 창원에 계시면서 바쁜 강의 일정은 물론 다른 지자체의 사업기획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양산의 경쟁력있는 둘레길 구성을 위한 본원의 사업설계에 헌신적인 노력을 해 주신 이재달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2022.10.15 3차 세미나를 마치고 난 뒤 기념촬영.
2022.10.15 3차 세미나를 마치고 난 뒤 기념촬영.
2021년 11월 출간된 '천성산, 그 속에 품은 천 가지 이야기'. 필자를 비롯하여 김정호, 정경남, 박성미, 기현주, 장경호 등 6인 공저이다. 탐방과 스토리텔링에 수고하신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2021년 11월 출간된 '천성산, 그 속에 품은 천 가지 이야기'. 필자를 비롯하여 김정호, 정경남, 박성미, 기현주, 장경호 등 6인 공저이다. 탐방과 스토리텔링에 수고하신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 천성산의 가치가 유라시아로 알려지다
양산의 3대 명산을 아우르며 둘레길의 출발점이 천성산이다. 이러한 천성산에 대해 양산을 동·서로 나누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둘레길이 조성된다면 장애물이 아니라 천성산을 중심으로 동·서부가 함께 발전하는 근거가 되고 양산시를 하나로 묶어주는 산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천성산 밑자락으로 순환 일주로가 조성된다면 걷기 운동뿐만 아니라 마라톤 등 레저 스포츠 동호인들에게 매력적인 산이 될 수 있으며, 관련 국제대회도 유치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둘레길은 이미 지역 곳곳에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어 새롭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기 치유의 길, 천성산 누리길, 영산대에서 내원사 매표소 주차장 쪽으로 연결되는 길, 솔향 황토 숲길, 신기 산성길 등등 많이 있다. 각 지역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이러한 둘레길들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한 길로 연결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둘레길 조성이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천성산에 접근하는 수많은 오솔길들을 정리해서 보호하고 주요 접근로 위주로 천성산을 관리한다면 오히려 천성산이 체계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따라서 자연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의 지나친 기우나 염려는 해소될 수 있다.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본원의 출발점이 천성산의 보존을 기본으로 자연과 사림이 함께 공존하는 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연훼손은 본원이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성산에 둘레길을 조성한다고 하는 의미는 지금까지 방치돼 있던 둘레길에 역사적·문화적 이야기를 가미시켜서 그 둘레길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인것이다.

천성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이며 다양한 폭포와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웰니스 관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힐링에 적합하다. 지난해 2023년부터 유라시아(유럽과 아시아에서 거주하는 인구는 61억 정도로 세계인구의 70%가 훨씬 넘는다) 첫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양산의 천성산이라는 사실이 이슈화되고 있다. 그리고 유라시아 첫 일출의 우리 양산시의 나동연 시장과 유라시아에서 가장 일몰이 늦은 포르투갈 신트라시의 바실리오 오르타(Basilio Horta) 시장이 자매결연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것은 양산시로서는 첫 국제 자매도시 체결인 셈이다

이제 천성산은 이렇게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그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겨울 천성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당시 김민호 사무국장, 강명숙 시인, 최무삼, 필자, 김정호 시인이다.
2017년 겨울 천성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당시 김민호 사무국장, 강명숙 시인, 최무삼, 필자, 김정호 시인이다.
천성산 안내표지판. 뒤로 웅상 시가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천성산 안내표지판. 뒤로 웅상 시가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 천성산은 대한민국의 미래
2014년 10월 양산의 대표문화축전 ‘삽량문화제’가 개최되었을 때이다.

‘천성산 홍보 및 천성산 제대로 알기’를 위해 부스를 배당받아 시민을 대상으로 ‘천성산’관련 3행시 이벤트를 가졌다. 어린 학생부터 나이 드신 분까지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응모해 주셨다.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선별해 양산시장실(현 나동연 시장님)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수상한 시민과 학생들이 너무나 자랑스럽게 보람되게 생각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삽량문화제가 끝난 후 ‘천성산숲길보존회’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비해서 조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양산도시문화연구소로 조직을 확대하였다. 그리고 천성산을 주제로 언론사 첫 연재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이루어졌다. 지역신문인 웅상뉴스에 ‘천성산 탐방기’가 연재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주었다. 2016년 12월, ‘양산도시문화연구원’으로 개칭을 하며 국세청에 고유단체등록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웅상회야제에서 ‘천성산’을 주제로 한 번 더 홍보부스를 운영하면서 ‘천성산’이라는 3행시 이벤트를 실시하여 역시 많은 분 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양산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천성산은 양산시민 모두가 향유할 권리가 있고 보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천성산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공유하면서 협력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의 산이 아니라 하나의 양산이 될 수 있는 산! 갈등이 아니라 화합을 할 수 있는 산이 ‘천성산’인 것이다. 양산을 동서로 가르는 장애물이 아니라 앞으로 동서를 화합하는 가장 중심축에 있는 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이 ‘천성산’이다.

이렇게 가치 있는 산, 천성산의 역사·문화의 스토리텔링을 양산시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본 연구원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 탐방을 더 자주 더 자세히 추진하면서 스토리텔링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그 스토리텔링을 2020년 7월부터 양산의 일간지인 양산신문에 연재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여 2021년 11월은 본 연구원의 탐방으로 빗어 낸 스토리텔링의 첫 작품이 책으로 출간하게 되는 기회를 맞게 된다. ‘천성산, 그 속에 품은 천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양산도시문화연구원의 모든 위원이 함께 탐방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서로 토론을 하면서 만들어 낸 땀방울이 맺힌 작품이다. 비록 글 쓰는 솜씨가 뛰어나지 않아 표현이 어눌해도, 발로 이곳저곳을 직접 누비며 천성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빗어낸 글이다. 아름다운 경관 또는 중요한 기록물을 모두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을지라도 자그마한 것 하나라도 더 생생한 모습을 담아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이 담긴 너무나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참여한 연구위원 모두가 하나같이 지역문화를 사랑하고 미래 세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열정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천성산, 보배로운 ‘천성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고픈 마음 하나로 만들어 낸 땀의 결정체인 것이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2017년 회야제 삼행시 이벤트수상자 시상식 후 기념 촬영.
2017년 회야제 삼행시 이벤트수상자 시상식 후 기념 촬영.

 

천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
천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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