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많은 양산, 무형문화재는 빈곤
원동목도소리 등 무형유산 발굴 시급
불화장 경북 출신 조해종 작가 신청
양산학춤 문화재 추진 50년 가까이 흘러
제자 갈등에 진주 가세하며 혼란 가중
학춤 등재 자체 요원…"양산이 박씨 포용"

양산신문은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현재 양산시가 추진 중인 각종 주요 역점사업에 대해 추진사항과 문제점 등을 다각도로 기획취재해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이는 웅비하는 양산시가 더 건전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하는 차원에서 분야별 문제점 등을 취재 보도해 양산시정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양산시민들에게 보다 심도 있는'알 권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입니다. 시리즈 게재중이라도 이와 관련된 고견과 다양한 제보를 환영합니다.(편집자주)   


설병갑, '양산 학춤', 사진.
설병갑, '양산 학춤', 사진.

단순히 문화재 숫자만 가지고 그 지역의 문화수준을 재는 척도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문화적 활동이 어느 정도 풍부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정도는 될 수 있다.

양산지역은 문화재가 많은 곳이다. 문화재청의 '우리지역문화재 기본정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총 265점으로, 경남 18개 시·군 중 창원시 276점, 진주시 270점에 이어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보물은 32점, 경남도 지정 유형문화재는 164점으로 18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반면 양산에 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전체 42종목 중 가야진용신제와 웅상농청장원놀이 등 단 2종목에 불과하다. 가야진용신제는 현재 국가문화재 승격을 추진 중이어서 만약 승격이 되면 도 무형문화재는 1종목만 남게 된다. 다른 시·군의 경우 도 무형문화재는 진주시 8종목, 창원시 6종목, 거창군 5종목, 밀양시 4종목 등이 있다.

반대로 국가무형문화재는 상대적으로 양산이 많다. 경남에 총 15종목이 있는데 통영시가 4종목으로 가장 많고 양산이 단청장, 궁중채화 등 2개 종목이 있어 고성군, 사천시와 함께 그 뒤를 잇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양산에 무형유산이 많음에도 정작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도 이웃 도시들과 비교해서 말이다. 춤으로는 양산학춤, 양반춤, 연등나례무, 연등바라춤이 있고 민요로는 성주시신밟기사설, 상여노래, 배틀노래 등이 있다.

또한 양산 원동목도소리도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연구원은 '경남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을 위한 실천방안'을 주제로 정책 브리프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는 문화재청이 2026년까지 5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에 주목했다. 이 사업은 근현대에 새롭게 복원·재창조되거나 아직 국가 또는 광역시도차원에서 지정되지 않은 전국 각 지역 무형유산을 사업대상으로 하여 전체 100종목을 선정하고 각 지역의 대표 무형유산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경남 역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6개 종목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문화재청 사업이 끝나는 2026년 이후에도 경남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사업으로 지역 무형유산 보존·전승 환경 개선 차원에서 사업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경남도와 각 시군 지자체의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및 장기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산 원동목도소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미래 무형유산으로 육성할 종목 중 하나로 들었다. 원동목도소리는 원동면 영포마을 일원에서 목도꾼들이 벌목을 하면서 불렀던 소리로, 제방공사나 집터 등을 다지기 위해 무거운 돌이나 큰 통나무를 옮길 때 여러 사람이 목도걸이를 목에 걸고 작업을 하면서 일의 효율을 높이고 고단함을 잊기 위해서 불렀던 노동요이다. 1960년대 초까지 간간히 이어져 오다 1970년대 이후 벌목을 하지 않게 되면서 잊혀진 소리를 2000년대 들어 박홍기 원동목도소리보존회장이 과거 어린시절 목도소리를 했던 최해돈 씨의 소리를 토대로 복원했다. 지난 2013년 제37회 경상남도 민속예술축제에서 민속예술의 전통성 및 고증의 충실성, 작품의 구성도와 작품기교, 음악 효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금상을 수상했다.


■ 양산시, 경북 출신 불화장 신청

이러한 가운데 올해 양산시에서 신청한 '불화장' 종목이 경남도 무형문화재 신규지정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경남도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제1차 회의를 열고 7개 시·군에서 신청한 8개 종목 중 전문가 사전 검토를 거쳐 2024년 신규종목 지정 관련 조사대상으로 양산시 '불화장'과 함안 '칠원고을줄다리기' 등 2건을 선정했다.

양산시가 신청한 불화장은 불교 신앙의 내용을 압축해 그림으로 표현한 불화(佛畵)를 그리는 장인을 뜻한다. 불화는 그려진 형태에 따라 탱화(幀畵), 사경화(寫經畵), 벽화(壁畵) 등으로 나뉘는데, 그 중 탱화는 종이·비단·삼베 등에 불교 경전의 내용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려서 사찰의 벽에 걸 수 있도록 그린 전통 채색화로, 우리나라 불화의 주류를 이룬다. 불화는 작가가 임의로 그릴 수 없고 경전의 가르침에 따라 전통을 지켜서 그려야 한다. 수많은 불교 경전의 내용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정해진 법식에 대한 지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문화재청은 2012년에 석정스님을 국가무형문화재 118호 불화장 보유자로 인정했다.

아직까지 경남도 무형문화재에는 불화장 종목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양산시가 신청한 불화장이 인정되면 경남 최초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양산시가 불화장 보유자로 경북 경산 출신 연당 조해종 작가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조해종 작가는 국가무형문화재 118호 불화장 보유자인 석정스님의 제자로 통도사 인근인 하북면 연당불교미술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해종 작가는 지난해 9월에도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그의 10번째 전시인 '연당 조해종 불화전'을 개최할 만큼 양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해종 작가는 이번 전시를 포함하여 10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조성한 불화는 금강산 신계사 후불탱(참여), 통도사, 취운암, 반야암, 단양 대흥사, 화엄사 금정암, 군위 인각사, 지리산 백장암, 제천 강천사 등에 있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했고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통도사성보박물관 불화강사,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디자인미술학과(불교미술 전공) 외래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 답보 상태 양산학춤, 이대로는 문화재 요원

여기서 주목할 점은 꼭 양산 출신이 아니더라도 양산을 주무대로 활동하기만 한다면 양산시에서 무형문화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점이 답보 상태에 빠진 양산학춤 무형문화재 추진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976년 문화재관리국의 양산사찰학춤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를 시작으로 양산학춤 문화재 지정을 위한 역사는 어느덧 50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이후 양산학춤의 뿌리와 동래학춤과의 차별성 등으로 인해 번번이 보류되거나 부결됐고, 여기에 보유자인 고 김덕명 선생이 2015년 향년 92세로 별세하면서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제자들간의 갈등이 빚어져 지금까지 무형문화재 지정에는 별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진주 출신 월산 박계현 선생이 김덕명 선생의 전승자로 공증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양산 뿐만 아니라 진주에서도 학춤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나서는 등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박계현 씨는 2016년 양산학춤을 '사찰학춤'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신청해 조건부 가결을 받았다. 이를 반대하는 양산 관내 학춤단체들을 설득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2017년 6월 9일에는 '김덕명류 학춤'으로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이에 양산시는 같은 해 9월 지정신청에 이의를 제기했고, 경남도 역시 양산 관련단체와 협의 후 재신청을 조건으로 지정보류를 결정했다. 그리고 (사)양산학춤보존회를 제외한 다른 3개 학춤 단체는 진주시 문화재지정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통도사학춤보존회 등 양산지역 관련단체도 "외지인이 기능 보유자가 되면 지역성과 정체성이 훼손돼 양산학춤의 뿌리가 사라진다"며 박계현 씨의 보유자 지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통도사가 있는 하북면 주민과 일부 단체도 '양산학춤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김덕명 선생 아들인 김성수 씨를 기능 보유자로 2018년 8월 6일 '통도사 학춤'을 경남도 무형문화재로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올해도 진주시에서 학춤 등재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2024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신규종목 조사대상에서 진주시가 신청한 학춤은 제외됐다.

경남도는 탈락 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으나 관계자들은 故 김덕명 선생과 얽힌 다양한 갈등 양상들이 알게 모르게 반영됐을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김덕명 선생은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 한량무 보유자이기도 했는데 한량무가 지정 이후 내부갈등을 겪어 온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김덕명 선생의 학춤 계승자는 법적으로 박계현 씨가 된다. 하지만 박 씨는 없는 양산시는 물론이고 박 씨가 있는 진주시도 학춤 등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양산학춤이 제대로 문화재로 등록되려면 양산학춤 관계자들이 하루 빨리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박계현 씨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양산학춤 관계자는 "박계현 선생이 양산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전수관과 같은 공간을 마련해주면 박 선생도 양산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예전부터 전해왔다"면서 "더 이상 소모적인 내분과 갈등으로 아무 성과 없이 시간 낭비만 할 것이 아니라 박 선생을 양산으로 모셔와 양산학춤의 명맥을 다시 세우고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