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경봉 스님 시집 발간
'일지' 수록된 시 그대로 옮겨

 

지만지한국문학은 불가 한시의 대가, 통도사 경봉 정석 스님의 '경봉 시집'을 펴냈다.

경봉 정석 스님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살다 간 통도사의 대표적 선승이자 근대 한국 불교의 산증인이다.

'경봉 시집'은 경봉 스님의 '일지(日誌)'에 수록된 시를 있는 그대로 소개해 미화나 왜곡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경봉 정석의 한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보탁(寶鐸) 최두헌이 우리말로 옮겼다.

일지(日誌)는 사소한 일상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감성, 주변 인물들과의 교유, 사상을 짐작할 수 있는 문학 작품, 당시 통도사의 모습과 종단의 현안, 나라의 크고 작은 일, 선승들과의 교류 등을 기록했다.

시의 특징은 첫째 수행자적 면모에서는 육조 혜능의 사상과 상통해 일상의 한가로움과 평온함 속에서 선의 종지를 찾고자 했다. 그의 안거시나 경책시에서는 전통 수행의 계승과 진작을 통해 수행자다운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흔적이 드러난다.

둘째 지식인의 면모에서는 한학에 대한 열망이 계속된다. 많은 고전 시문을 답습하고, 유자들과의 시회(詩會), 문인들과의 교류를 계속했다. 차운시, 화답시 등에서 그의 높은 한문학적 소양과 유교적 이념을 살필 수 있다.

셋째 현실 인식과 시대적 통찰이다. 전대 선승들의 애국시, 애민시를 계승한 이러한 유형은 근래 불교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기에 더욱 의미 있다.

넷째 일상성을 통한 주체 인식의 측면이다. 경봉의 시는 일상의 추구가 시간적·공간적 영역 확대로 이어져 우울하고 비관적이며 지루한 일상의 탈피를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대중과의 소통과 포교의 측면이다. 경봉은 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했다.

이에 사소한 일상부터 나라의 크고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 시들에는 그의 선(禪)적 깨달음의 근원은 물론, 깊은 한문학적 소양이 드러난다.

한편 지만지한국문학의 '지역 고전학 총서'는 서울 지역의 주요 문인에 가려 소외되었던 빛나는 지역 학자의 고전을 발굴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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