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구려 태왕(太王) 흥안의 약속

"알겠사옵니다."

고운수가 냉큼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번 일의 성패는 기밀유지에 있사옵니다. 그 누구에게도 백제를 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연자유의 다짐에 태왕 흥안과 고운수가 그에 따를 것임을 다짐했다. 연자유는 이번 일은 기밀만 잘 유지만 거진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한수를 넘게 되는 것인가?'

문자명왕시절부터 신흥무장이었던 그가 그토록 넘고 싶었던 한수였다.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 또한 자신이 모시고 있는 군왕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게 되었다. 연자유의 부푼 마음은 이미 한수를 넘고 있었다.

12. 무력, 허를 찔리다.

가라국 구포(龜浦)

아직 이슬도 채 마르지 않은 아침부터 가라국 최대의 어항이자 나루의 하나로 손꼽히는 구포(龜浦)의 선창가에는 어둑어둑한 새벽녘부터 출항해 잡은 각종 생선을 싣고 돌아오는 크고 작은 어선들과 그들이 잡은 생선을 사기 위해서 몰려든 상인들로 잔뜩 붐비고 있었다. 구포는 황산강이 바다에 접하는 강의 하구에 위치해 있는 탓에 바다생선은 물론이고 각종 민물생선도 풍부하게 잡혀 가라국의 주요한 생선 공급처 중에 하나였다.

"이봐! 숭어 좀 있어?"

성질급한 상인들은 선창가에 배를 대기가 무섭게 배 위에 뛰어 올라 어창부터 뒤졌다. 귀족들은 유난히 싱싱한 생선을 선호했다.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침 해가 떠올라 날이 따뜻해지기 전에 서둘러 도성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일부는 아예 커다란 물통을 수레에 싣고 와 살아 있는 활어를 사서 담아 가기도 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아낙들이 팔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앉아 염장을 위해서 생선의 배를 따고 창자를 꺼낸 다음 서둘러 소금을 뿌려댔다. 그렇게 꺼내진 내장은 그대로 주변 바다에 던져졌다. 그 덕분에 선창가와 그에 맞닿은 바다는 아낙들이 배를 가르고 끄집어 낸 내장들로 인해 썩은 내가 진동했고, 그것을 주워 먹기 몰려든 수많은 갈매기들로 인해 통행이 방해될 정도였다.

"물렀거라!"

각종 생선을 거래하고 손질하느라 왁자지껄하기 이를 데 없는 구포의 선창가 난전(亂廛)에 난데없이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놀라 바라보니 비늘갑옷과 칼 등으로 중무장한 군사들이 인파를 헤치며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놀란 난전 사람들이 길을 비키기 위해서 생선들과 도구를 옮기느라 선창가 일대에는 한바탕 큰 소란이 일었다.

"뭔 난리가 났나봐?"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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