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설날은 기다림이고 설렘이었다. 그 시절 명절은 지켜야 할 전통이며 가치이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며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축제다. 명절 차례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계기로 설문조사 결과 10가구 중 6가구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이 반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족들이 모이는 기회가 물리적으로 줄었다. 세대가 바뀌면서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주부들의 명절증후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가정불화, 남녀 갈등, 노소 갈등으로 불편을 겪은 것도 요인이다.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강아지와 고양이에 제사 지내는 인구가 늘어났다니 세태의 변화를 실감한다. 반려동물 코스요리와 반려동물 장례 휴가에 이어 반려동물 '49재'가 뉴스로 떴다. 지방의 한 절 집 '축생법당'에선 4년간 개ㆍ고양이 75마리 49재를 지냈다고 한다.

법당 벽에는 반려동물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명복을 비는 촛불과 향불, 영가 등(燈)이 밝혀져 있는 건 고인(故人)과 같다. 위패를 두는 영단에 동물 사료가 올라가 있는 게 다르다. 반려동물 49재도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2시간 정도 진행되는 행사 비용은 100만 원 이상이라니 녹록지 않다.

49재를 지내는 반려동물 주인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펫로스증후군(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지난해 10살짜리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유골함을 집에 보관할 정도로 이별이 어려웠는데 49재를 지내고 가족 모두가 편해졌다" ,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반려동물을 잘 보내주려는 의식이자 남은 가족의 마음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시간과 돈이 아까울리 없겠다.

또 다른 뉴스는 반려견 복제에 따른 생명윤리 논란이다. 동물 복제 자체는 합법이지만 복제 과정에서 대리모 개가 희생돼야 한다. 인간이 동물의 생명을 되살려도 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마리당 복제 비용은 1억 원 안팎이라니 놀랍다. 미래 복제를 대비하는 체세포 보관 전문 업체도 생겼다. 냉동 보관비가 330만 원에 매년 33만 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반려동물 알레르기 관리 수칙도 소개됐다. 동물을 침대에 재우지 말고, 목욕을 자주 시키며 마룻바닥을 카펫 대신 장판이나 나무로 바꾸는 등 일곱 가지를 제시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후보가 유권자 자녀 이름 외우는 것보다 반려동물 이름을 불러주는 게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하니 후보들의 뇌 회전이 더 빠르게 돌 것 같다. '펫 신드롬(Pet Syndrome)'이 생겨날 정도로 반려동물 인구가 늘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어야 할까 보다. 일본에선 '도그 마미(결혼을 피하고 애완견을 키우면서 사는 싱글 여성)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젊은 세대가 지나치게 반려동물에 몰입하면 결혼과 저출생에도 원인이 되는 건 아닌지 노파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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