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물금읍 야리 4길 13
커피 전문가 강은정 사장

낙동강을 거슬러 한참을 오르면 호포나루가 나온다. 2월의 차디찬 강바람 속에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의 향기가 갈대숲으로 슬그머니 숨어든다. 잠시 강변에서 사색에 잠겨 있노라면 물이 오르기 시작한 버들강아지 사이에서 향긋한 향기가 나를 부른다.

호포나루의 낭만도 잠시 양산천을 따라 부산 지하철 2호선 증산역에서 내린다. 철도 변을 따라 조성된 바람길 공원을 따라 걸으면 갓 피어나는 꽃잔디 몇 송이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코를 내어준다. 어디선가 부르는 향긋한 커피 향이 발걸음을 돌리게 한다. 향기가 흐르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돌리니 상가 골목 사이에 외관부터가 남다른 조그만 카페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옛날 황금물결이 출렁이던 양산평야(서들)는 고층아파트로 옷을 갈아입고 콘크리트 빌딩 숲마다 생명의 숨소리가 퍼져 나온다. 그 앞에 다소곳이 내려앉은 향기가 흐르는 공간, '카페 헤브론'이 있다. 입구부터가 마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에트나화산아래 올리브농장에 온 기분이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미소천사 '강은정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은은한 커피 향에 주인장의 미소까지 가득하다.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소박한 매장은 작은 공간에 틈새마다 美(미)를 더해놓았다.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여 수상한 상장과 전 세계 커피콩들이 담긴 포대들이 가게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들어서는 순간 애리조나 카우보이가 서있는 듯 착각할 정도의 느낌이다.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미소 천사 '카우보이가 아닌 카우걸'이다.

조그만 카페 안에는 고유의 커피 향이 진동을 한다. 수제 드립 커피만 고집하는 주인장의 장인정신이 배어있다. 한 번씩 들리지만, 발품 파는 수고비는 몇 천배 보상을 받고도 남을만하다. 그래서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요즘같이 프랜차이즈 커피집이 판을 치는 세상에 사장님만의 커피에 대한 사랑과 애정으로 전 세계 고유의 맛을 담은 커피를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우아한 잔에 쏟아부으니 해운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엘시티 스카이라운지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더 우아하고 감미로울수밖에 없다. 분위기에 취해 잠시 기다리면 수제 분쇄기에 커피콩 가는 소리가 고운 선율이 되어 귓전을 스치고 이내 은은한 향이 가득한 가이샤 커피가 등장한다.

혼이 담긴 커피잔에 사장님의 魂(혼)이 담겨 나온다. 코로 향을 느끼고 입술로 진한 감동을 음미하며 사랑을 한 모금 마시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다. 서비스로 사장님 딸이 만든 수제 쿠키도 선을 보인다. 찻잔 사이로 흐르는 미묘한 울림은 멀리 에티오피아에서 날아온 게이샤의 魂(혼)인가? 은은하면서도 감미롭게 입안을 터치한다. 입안을 한 바퀴 순회한 커피가 식도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커피 향에 한참을 취해 있노라면 어느새 내 마음은 커피에 빠져있다. 쉽게 표현해서 커피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무르익고 커피잔도 서서히 바닥을 보이면 다음을 기약할 아쉬움이 다가온다. 정성이 가득한 감미로운 커피향에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여 受賞(수상)한 表彰狀(표창창)의 이력도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에 강사장님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처음 대면할 때와는 정반대로 내 눈은 벌써 존경의 눈빛으로 변해 있다. 무엇이든 누구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하나만을 고집하는 힘, 그 힘은 사랑이라는 이름에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머나먼 타국에 가지 않고서도 전통적인 커피맛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여기 "카페 헤브론"이 그곳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古風(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손님들, 하나같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한번 들리지 않으면 후회할 수밖에 없는 커피전문점 '카페 헤브론' 은은한 향기가 몸속을 파고든다. 다시 찾아올 약속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고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더 정감이 간다. 오랜 시간 魂(혼)이 담긴 커피향기가 내 몸속에 머무를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가슴에 남은 흔적을 지면에 옮길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갑진년 2월 錦湖(금호) 신 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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