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가인터뷰]정인식 시인

2023년 겨울호 '계간문예' 등단
시와의산책시낭송회 정인식 회장

정.이 넘쳐 흐르는 시인
인.생 소재 등단한 작가
식.견 넓힌 시낭송 회장

시와의산책시낭송회 정인식 회장(63세)은 시를 외우고 시를 읊으며 시의 울림과 떨림을 전달하는 시낭송으로 시작해 늦깍이 등단 작가로 첫 시작을 알렸다. 논어와 맹자의 인문학 수업을 좋아하고 어린시절 막연했던 그 꿈을 살포시 이뤄내며 인생의 사계절을 담아낸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시인을 꿈꾸고 있다. 기업가 정인식 회장의 순수한 시문학 세계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산지역에서 철강 업종 중소기업을 30여 년간 운영하는 기업인입니다. 철강이라는 딱딱하고 묵직한 직업이라 다소 문학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언제부턴가 문학이 좋아 시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청년 시절 우연한 기회에 양산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가정을 꾸리고 기업을 일궈냈습니다.
처음 시를 접한 것은 시와의산책 시낭송회에서 처음 시를 접했습니다. 그러다 울산 오영수 문학관에서 시창작 수업을 시작으로 양산 <시인촌>에서 4년째 현대시창작 심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시인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함께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톱니바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어느 날 아내가 사다 준 시집 한 권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꿈이 현실이 된 잘 익은 과일 하나 딴 기분입니다.
시의 파도를 헤치고 희미한 등댓불을 보고 항구로 찾아드는 험난한 길이겠지만 열심히 노저어 가겠습니다.
이번 <계간문예> 74호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된 작품은 <유모차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와 <다음이라는 역> 두 편입니다.
두 작품은 우리의 일상과 깊게 관련된 생활 시입니다. <유모차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는 아기가 타는 유모차는 이제 노인들이 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황혼을 걷는 노인은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걸음입니다. 매일 같이 밀고 다니는 유모차, 하지만 목적 없는 걸음처럼 길을 알려 주는 내비게이션은 없습니다. <다음이라는 역> 역시 삶의 한 단면을 그린 시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일까요? 특별히 좋아하는 시인이나 시가 있다면. 혹시 외우고 있는 시가 있다면.
저에게 시란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찾는 일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현실을 벗어난 꿈 꾸는 이상의 세계에서는 실패란 없다고 했습니다. 즉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모든 것들을 이상의 세계에서는 모두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좋아하는 시의 부류로는 특히 가슴이 울컥거리고 요동치는 서정시를 좋아합니다. 따라서 저도 그런 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등단을 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리고 존경하는 롤모델이 있다면.
등단을 하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시창작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식견, 즉 모든 사물로 가득 찬 세상을 볼 때 거시안적 또는 근시안적, 세미안적으로 보는 눈이 제 삶과 연결돼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삶에서 먼저 시상을 생각하고 점차 시야을 넓히다 보니 좋은 글들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시를 쓰는데 있어 영감을 받는 곳은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의 영감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바람과 함께, 또는 구름과 함께, 아니면 사람과 함께 일상에서 문득 훅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문득 사다 준 시집 한 권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또 쓰게 된 배경이 되었다고 봅니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존경하는 모델은 서정시를 쓰는 김 백 시인을 꼽겠습니다.
저를 지도해 주신 김백 선생님의 <한 마리 연어가 되어>가 좋아해서 시낭송용으로 외우고 있습니다.

■ 현재 시와의산책 회장이신데, 어떻게 인연이 됐습니까?
현재 회장직을 맡은 지 이제 갓 1년밖에 되진 않았지만, 포부는 크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남경희 대표께서 10여 년간 시낭송회를 이끌어 오면서 시 낭송가들을 배출하는 등 워낙 잘 꾸려 왔기에 부담감도 큽니다.
시와의 산책 시낭송회와의 첫 인연은 남경희 대표로부터 시낭송을 배우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와의산책시낭송회는 2015년 발대식을 시작해 매달 지역 내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을 찾아가 시와의 행복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전국시낭송대회를 개최하며 시민들과 소통과 봉사를 통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이나 또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어린 시절 꿈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업가를 꿈꿨습니다. 작은 기업이긴 하나 현재 그 꿈은 이뤄진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져 현재 작가의 길에 접어들기까지 주변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평생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등단이란 시의 문턱에 겨우 발을 들여 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시창작 공부에 더욱 열중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제 시를 보고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그런 시를 한 편 쓰고 싶습니다.

등단시

-유모차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흰 달팽이 한 마리 유모차 밀고 간다

남원댁 앞에서
마산댁 앞에서
운행 시간 맞춰 잠깐씩 쉬어간다

날만 새면
자신을 밀고
개미 쳇바퀴 돌듯 도는 골목길

가끔은 가던 길도 깜빡거려
두어 바퀴 더 돌기도 한다

다음 정류장은 어디일까
덜커덕거리는 바퀴가
할머니의 손잡이를 꽉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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