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첫 일출, 천성산을 디자인하다

미타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천성산의 일출
미타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천성산의 일출

2023년 11월 11일은 가슴 벅찬 날이었다. '제1회 천성산생태숲길전국걷기축제'가 2,000여 명의 참가로 성황리에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천성산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기념비적인 날이기도 하다. 천성산 곳곳을 탐방 해오며 스토리텔링을 정리한 지 10년을 넘기면서, 천성산의 가치를 올바로 조금이나마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길고 험난한 1코스에 참여했던 마지막 완보자가 도착하는 그 순간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참여자가 도착하고 아무런 안전사고 없이 잘 마무리된 그날 저녁, 준비하였던 우리 모두의 가슴엔 감격이 가득 차 왔다. 그리고 그동안의 수고와 힘들었던 준비과정의 순간들이 말끔히 씻어지면서 보람의 땀방울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거슬러보면 천성산의 가치를 제대로 정리해서 널리 알리기 위한 마음을 먹었던 때가 2012년이었다. 5대 양산시의원으로 재직 중 업무연수로 스위스 융프라우(Jungfrau)를 가게 되었는데, 이때 정상까지 철도를 통해서 올라가게 되었다.

융프라우 정상은 해발 3,454m인데 마지막 역인 융프라우요흐역(Jungfraujoch)은 융프라우산안장에 설치된 역으로 터널 내부에 있었다. 이 역은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철도역이며, 융프라우 철도(Jungfrau railway)는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융프라우까지 9.3km를 달리는 산악 열차이다. 융프라우 철도는 거의 전체적으로 융프라우 터널을 지나고, 아이거와 민크산 중간에 지어졌는데, 터널 중간에 두 개의 역이 있어서 승객들은 내려서 산 쪽으로 있는 창문을 통해 주변의 산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철도의 공사 기간이 7년 정도 걸렸으나, 붕괴 사고 등 여러 가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16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개통 시기는 스위스 독립기념일인 1912년 8월 무렵에 맞추어 개통했다. 연수팀이 갔을 때가 개통 100주년 되는 해였던 것이다. 철도를 타고 오르는 유럽인들은 거의 하나같이 스키를 들고 올라갔다. 그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질주해 내려가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연수를 끝내고 귀국하는 시간 내내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우리 양산은 융프라우같은 산이 없을까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나마 융프라우 정상 매점에서 간식으로 사 먹은 농심 컵라면이 허해진 마음의 위안이 되면서.
 

제1회 천성산생태숲길 전국걷기축제 안내 현수막
제1회 천성산생태숲길 전국걷기축제 안내 현수막
오신 분 모두 인증 샷! 개회식 직후 기념촬영
오신 분 모두 인증 샷! 개회식 직후 기념촬영

■ 천성산숲길보존회로 출발하다
태어나 자라면서 감수성 예민하던 청소년 사춘기 시절, 친구이자 힘과 용기를 주기도 하였던 천성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감성을 한껏 키우게 하였던 천성산! 때로는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깊은 산까지 지게를 지고 다니며 끈기와 힘을 키우게 하였던 천성산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의 삶이 묻어 있는 천성산이다. 그런 산이어서 그런지 눈과 얼음으로 덮인 스위스 융프라우의 산보다 더 친근하게 그리고 아름다운 산으로 다가왔다.

귀국하자마자 '천성산생태숲길보존회'를 결성하였다. 그때 함께 참여했던 분이 김백 시인, 심상도 교수(당시 동원과기대 문화관광과 재직), 이채도 교수(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당시 영산대 재직) 등이었다. 그 이후 틈이 나는 주말마다 천성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어린 시절 소먹이고 나무하러 다니던 천성산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천성산, 생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천성산, 역사적인 인물과 스토리가 있는 천성산이야말로 보배로운 산이자 미래에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산이라는 확신이 들게 된 것이다.

천성산을 크게 다섯 개의 테마로 구성하여 탐방을 시작하였다.

첫째, 천성산은 상서(祥瑞)로운 기운이 서린 곳이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유럽·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천성산이다. 이것은 2023년 새해부터 전국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되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미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일찍이 대한민국에서 최초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둘째, 양산에는 3대 명산이 있는데, 천성산을 비롯하여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그리고 천태산 등 이렇게 3대 명산을 아우르는 출발점이 천성산이다. 또한 유라시아 첫 일출의 천성산이라는 것과 천성산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역사가 원효대사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대부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원효(元曉)의 뜻은 으뜸 원과 새벽 효(또는 깨우칠 효라고 풀이하기도 한다.)로서 가장 먼저 뜨는 일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아름다운 천성산은 21세기에 들어와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웰니스 관광의 보고이다.

일반적으로 명상하면 조용한 실내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의 숨소리를 따라가며 망상을 떨치며 마음을 비우는 과정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서 때로는 생태 자연의 신비한 생태계를 감상하며 둘레길을 걷는 것도 명상의 한 방법일 것이다. 이것은 몸도 마음도 함께 건강해지는 일석이조의 명상법이라 생각한다. 치유와 경관을 함께 즐기는 웰니스관광의 표본이 되는 것이다.

넷째는 원효대사의 숨결과 발자취가 천성산 곳곳에 스며 들어 있는 곳이 천성산이다. 정상인 원효봉을 비롯하여 비로봉, 집북재, 회엄벌(늪), 금수굴 등을 비롯하여 천성산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89 암자 등 불교 문화자원들은 천성산이 불국토(佛國土)임을 증명하고 있다.

다섯째, 원효의 역사로부터 조선시대, 근대에 와서는 통도사 경봉 대선사의 신금강산 선포에 이르기까지 천성산은 우리의 삶과 함께 존재해 왔다. 천성산의 역사적인 사건을 이와 같이 크게 몇 단계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우선 최근 본 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천성산 생태숲길의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맟추어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2022년 10월 15일. 제3차 세미나 좌장을 맡은 이재달 교수님은 자문위원장으로서 본원의 도시문화콘텐츠기획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2022년 10월 15일. 제3차 세미나 좌장을 맡은 이재달 교수님은 자문위원장으로서 본원의 도시문화콘텐츠기획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세 번의 세미나, 천성산을 디자인하다
언제였던가. 천성산에 관심을 가지고 탐방과 스토리텔링 정리를 막 시작할 때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소개하는 요석공원(瑤石公園) 안내판 스토리텔링을 보게 되었다. 그 이야기가 우리 양산이 가지고 있는 원효와 요석공주의 이야기와 너무 흡사하였다. 그런데 동두천시에서는 자체의 문화자원으로 발굴하여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지자체의 문화관광자산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양산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북면에 있는 석굴암 반고굴은 원효의 제1 기도토굴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앞쪽에 있는 산막공단의 산막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기도를 하던 원효를 요석공주가 산막을 치고 기다렸다는데서 유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스토리텔링 안내판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양산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문화자원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옷을 입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 나동연 시장께서 흔쾌히 관련 부서를 통해 천성산 스토리 안내판을 세우는데 지원을 해 주었다. 그 안내판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천성산 곳곳 10여 군데 건재하고 있다.

이에 힘을 입어 우선 본 연구원은 천성산을 탐방하고 정리한 스토리를 알리고 잘못된 내용은 시민들로부터 바로잡자는 생각으로 세미나를 세 번에 걸쳐 진행하였다. 2019년 봄 겨울을 통해 두 번의 세미나는 천성산의 생태자연과 경관 그리고 역사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세 번째 진행된 세미나는 2022년 10월 15일, 방치된 천성산 둘레길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문화를 입혀 찾아 오시는 분들이 올바로 알 수 있으면 하는 희망으로 진행된 세미나로서 '천성산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웅상문화체육센터 공연장에서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날 축사에서 나동연 양산시장은 "10년간 걸친 자료를 근간으로 오늘 진행되는 이 세미나가 매우 뜻깊다고 생각되며, 지금 시에서 펼치고 있는 용당 역사 복원 사업이 천성산 줄기와 연결돼 있으며 접목시킬 수 있는 자료들은 관련 부서로 하여금 검토해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도록 하겠다"며 세미나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에 대해 투자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가운데 웰니스(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대단히 크다고 본다" 며 양산은 통도사뿐만 아니라 천성산 등 많은 문화자원으로 인해 다른 지역이 흉내 낼 수 없는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독보적인 스토리가 존재해 웰니스 산업이 만들어지게 될 때쯤 세계적인 산업단지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천성산은 미래가치가 무한한 산이다. 그리고 양산이라는 성장동력에 문화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매개체인 것이다. 종합토론 시간에서는 당시 한국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이재달 교수님이 좌장을 맡아 민경윤 천성문화포럼 의장, 신용철 양산시립박물관장, 심상도 동남문화관광연구소장, 이래호 경남관광통역사협회장, 허태현 (사)제주생명의숲연구소 이사가 의미있는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2012년 업무연수를 갔던 스위스 융프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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