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자 양산신문 부동산칼럼[다가구주택(원룸) 임대차 중개의 현실과 제도]이 나간 후 독자로부터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세를 놓아야 하는 임대인과 주택 임대차를 중개하는 개업공인중개사(중개사)가 그들이다. 양쪽 다 새로 도입한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새로 도입한 제도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인과 중개사에게 강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전세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급조한 제도이다 보니 혼란스럽다.

먼저 임대인의 의무사항을 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임대인의 정보제시의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은 다음 사항을 임차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1.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 2.국세징수법 및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 1~2호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임차예정자가 스스로 관련 기관에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서를 작성해 줌으로써 이에 갈음할 수 있다. 이 제도는 2023.4.18.부터 시행되었지만, 많은 임대인이 알지 못하고 있다. 계약할 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 제시를 요구하면 펄쩍 뛴다. 집 하나 세 놓는데 임차인이 납세증명서를 요구하다니 도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따진다. 법 조문을 펴 놓고 보여 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임차예정자가 끝까지 제시 요구하면 그 계약은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임대인에게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놓은 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 처벌조항은 없다. 그러나 임대인의 의무위반을 이유로 임차인이 이용할 수도 있다.

중개사의 의무사항을 보자.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 ①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다음 사항을 확인하여 이를 해당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게 성실, 정확하게 설명하고, 부동산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1.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 입지 및 권리관계 2.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사항 3.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②개업공인중개사는 제1항에 따른 확인설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중개대상물의 임대의뢰인 등에게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에 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임대의뢰인 등이 중개대상물의 상태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임차의뢰인 등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이 법률을 근거로 내린 대법원판결을 보자. 어느 중개사가 다가구주택 임대차 중개를 하면서 임대인에게 먼저 입주한 임차인들의 계약 내용 등을 요구했으나 임대인이 거절했고, 거절한 내용을 확인설명서에 기재한 사안에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이 각호 실별 임대차보증금은 함구한 채 그 합계라고 알려 준 금액을 그대로 적어 주었을 뿐 그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음은 알리지 않았으므로 임차인 등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대법원2022.6.30.선고 2022다212594판결)."고 하여 임대인의 자료제공 거부 사실을 기재하는 정도로는 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중개사는 법률 규정에 따라 먼저 입주한 임차인의 계약서 등을 요구했지만, 임대인이 거절하면 강제할 수도 없고 그 정보에 접근할 권한도 없다. 그런데 위 대법원판례에서는 임대인이 거절했다는 내용을 확인설명서에 기재했다고 중개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개사에게 정보 열람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 기가 막힌 법리다.

또 임대차법상 임대인의 의무 규정과 함께 도입한 공인중개사 의무 규정을 보자. 공인중개사법 제25조의3(임대차중개시의 설명의무) 개업공인중개사는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중개의뢰인에게 다음 각호의 사항을 설명하여야 한다. 1.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확정일자부여기관에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항. 2.국세징수법 및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임대인이 납부하지 아니한 국세 및 지방세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항. 계약서 작성하기 전에는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요청 가능하고 작성한 후에는 동의 없이 요청할 수 있다. 계약서 작성 후에 확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규정은 2023.10.19.부터 시행되었다. 임대인은 자료제출을 극도로 낯설어한다. 중개사에게 정보 열람 권한도 주지 않고 처벌규정부터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모두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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