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구려 태왕(太王) 흥안의 약속

고운수는 연자유의 혜안에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언제 군사를 움직이면 좋겠소?"

흥안이 조바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지금 명농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음입니다."

"대대로, 그게 무슨 말씀이요?"

"폐하. 일전에 위나라가 갑자기 군사를 우리 국경 근처로 이동시켰사옵니다. 이제 곰곰이 곱씹어보니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시선을 북쪽 변경에 잡아두려는 어라하 명농의 계략인듯 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얼마 전에 백제의 사신단이 위나라의 도성으로 들어가지 않았사옵니까?"

고운수가 연자유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따라서 우리가 각 지역의 군사들 일부를 북쪽 변경으로 차송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명농이 남쪽으로 움직일 것이옵니다."

"하지만 대대로, 그대가 위나라의 군사이동이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며 군사의 이동을 막지 않았소이까?"

"그러하옵니다, 폐하. 하지만 이제라도 동부와 서부의 군사들을 움직인다면 명농은 자신의 계략이 통한 줄 알고 미련 없이 남쪽으로 떠날 것이옵니다. 특히 남부의 군사들이 움직이면 더욱 더 확신을 갖게 될 것이옵니다."

태왕 흥왕과 고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자유의 의견에 동의했다.

"어차피 백제와 일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남부의 군사뿐만이 아니라 동부의 군사도 움직여야 하옵니다. 또한 북쪽 요동성에 군사력을 증강해둬야 우리가 안심하고 남정을 단행할 수 있사옵니다."

연자유는 비록 명농의 계략에 의해 북위가 움직였다고 하나, 실제 군사력을 북쪽 변경에 집결시킨 이상 딴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만의 군사가 동원되는 이번 남정을 위해서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동부의 군사는 물론이고 서부의 군사까지 북쪽 변경의 전진기지인 요동성에 집중 시켜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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