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어요.
한낮 땡볕이 머리 위로 쏟아지면 그늘을 키워요.

아마도 제 본향은 숲이었을까요.
흐릿한 의식 속에 이웃이 보여요.

심장에서 데운 구불구불
핏줄기 따라 오르면,
선을 넘지 못해요.

겉 자란 정수리 잘리고,
불쑥 솟는 감정도
싹둑 잘려 나가요.

평면을 고집해요.

내 몸 아래 있던 사람들은
파란불이 켜지면 떠나가요.

시간은 오른쪽으로 돌고 돌아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오죠.

나의 밋밋한 머리 위 고추잠자리
초록빛 머리카락을 터치해요.

외다리로 한 곳만 응시하는.

 

모던 포엠 작가회 회원.울산 남구 문학회 회원.모던 포엠 추천 작품상 (2021).시집: 사과가 있는 정물.
모던 포엠 작가회 회원.울산 남구 문학회 회원.모던 포엠 추천 작품상 (2021).시집: 사과가 있는 정물.

 


시를 읽고.

한여름 날, 뙤약볕을
받아본 이는 안다.
나무 그늘, 그 시원함을.
더구나 도심이라면, 피할 곳이
더욱 마땅찮다.

신병교육대를 수료하고
자대 배치된 군인처럼
도심 가로수가 그렇다.
고향을 떠난 타인의 땅에서
계절을 보며
덩치도 키워야 하고,
동시에 더 크는 것을
두려워한 사람은
우듬지부터 싹둑 자른다.
화자는 나무를 보며
우리를 조명했다.
현대사회에서 고향을
지키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삶이 저 나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간의 흐름을.
순응하며 그렇게 사는 거라고
화자는 말한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시를
오랜만에 보았다
강시연 시인의 문운을 빈다.

청하, 유동환.경남 하동 출생청옥문학 등단시집, 사무친 그리움.
청하, 유동환.경남 하동 출생청옥문학 등단시집, 사무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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