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어요.
한낮 땡볕이 머리 위로 쏟아지면 그늘을 키워요.
아마도 제 본향은 숲이었을까요.
흐릿한 의식 속에 이웃이 보여요.
심장에서 데운 구불구불
핏줄기 따라 오르면,
선을 넘지 못해요.
겉 자란 정수리 잘리고,
불쑥 솟는 감정도
싹둑 잘려 나가요.
평면을 고집해요.
내 몸 아래 있던 사람들은
파란불이 켜지면 떠나가요.
시간은 오른쪽으로 돌고 돌아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불어오죠.
나의 밋밋한 머리 위 고추잠자리
초록빛 머리카락을 터치해요.
외다리로 한 곳만 응시하는.
시를 읽고.
한여름 날, 뙤약볕을
받아본 이는 안다.
나무 그늘, 그 시원함을.
더구나 도심이라면, 피할 곳이
더욱 마땅찮다.
신병교육대를 수료하고
자대 배치된 군인처럼
도심 가로수가 그렇다.
고향을 떠난 타인의 땅에서
계절을 보며
덩치도 키워야 하고,
동시에 더 크는 것을
두려워한 사람은
우듬지부터 싹둑 자른다.
화자는 나무를 보며
우리를 조명했다.
현대사회에서 고향을
지키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삶이 저 나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간의 흐름을.
순응하며 그렇게 사는 거라고
화자는 말한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시를
오랜만에 보았다
강시연 시인의 문운을 빈다.
강시연 시인
ysilbo@ys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