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사자성어로 유행하는 '적과의 동침'이란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서로 미워하는 사이거나 혹은 서로 원수지간이면서도 어떤 목적을 위해 부득이 협력을 해야 하는 상태'라고 한다. 민선 8기 선거에서 공천 탈락에 반발해 한때 적이 되었던 상대를 찾아 화해의 손길을 내민 나동연 양산시장을 두고 시민들이 하는 말이다.

나 시장은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50여일 남짓 앞둔 오는 4월 총선의 현실을 본다면,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란 표현이 정답인 것 같다. 이 말처럼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는 것이 우리네 정치판의 현실이다. 선거로 서로 등을 돌린 후 앙금을 풀지 못하고 있었던, 나 시장과 한옥문 예비후보가 그간 앙금을 다 씻는 듯한 화해의 제스쳐를 보였다. 민선 8기 선거가 있기 전에는 정치적 우정을 다져 왔던 동지가 졸지에 적으로 변했던 것이다. 당시 공천의 기로에서 절박한 심정에 정치적 적이였기 때문에 서로 밤과 낮의 표정도 달랐을 것이다. 낮에는 표심 모으기에 안간힘을 다했고, 밤에는 서로를 견제하며 공천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공천 결과가 발표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불구대천으로 돌변하면서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로 지역정가 참새들의 입방아에 올라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지난 3일 나 시장이 한옥문 선거사무소를 전격 방문해 내민 화해의 손길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이를 놓고 양산시민들은 두 사람의 그 마음이 진심일까 아니면 쇼일까에 매우 궁금해 하고있다.

언제나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 다양한 얼굴의 정치인들이 적과의 동침을 소재로 한 무수한 스토리텔링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 시장의 화해 손길에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는 합창소리를 과연 들을 수 있을까에 기대가 모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당을 위한 '자객출마'란 명분을 내세워 3선의 김태호 의원을 4월 총선 양산을에 전략공천하자 그 동안 지역구를 관리하며, 혼신을 다하고 있던 한 예비후보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됐다.

개는 닭보다 훨씬 빨리 뛰기 때문에 개가 닭을 쫓으면 닭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간다. 그러다 닭이 힘차게 날개짓을 해서 지붕 위로 날아 올라가면 발이 빠른 개도 별수 없이 지붕만 멀뚱멀뚱 쳐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애쓰던 일이 헛일이 되었다는 뜻이다.

설 밥상머리에서 4월 총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선거 이야기를 나누다 '적과의 동침'에 대한 질문에 정치인들은 원수처럼 싸우고 갈라선 후에 서로 필요에 따라 동지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나-한의 '화해'는 우리 양산을 위해서라도 참 좋은 일이다.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 어제의 동지를 오늘은 원수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 시장의 화해 손길이 양산발전을 위해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 이미 멈출 수 없는 항해가 시작됐다고 했지만, 이틀 뒤 김태호 의원의 낙하산 전략공천으로 오답이 됐고 말았다.

인생살이에 엄청난 투자와 긴 시간동안 공을 들이고도 헛수고로 끝나는 일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우리네 정치판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4월 총선에 공을 들이던 한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민의 여론과 정서를 존중하지 않은 전략공천을 절대적으로 인정 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는 또 "지난 8년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지역구를 지킨 것은 양산을 당원들이였다"면서 "지역 당원을 배제한 공천으로 결코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다며 아무리 당을 위한 것이라지만, 지역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전략공천은 안 된다"며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 예비후보도 중앙당에서 선당후사(先黨後私)란 명분으로 전략공천한 '자객출마'자를 불구대천으로 생각할 것인지, 아니면 '적과의 동침'을 할 것인지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여렷이 정성으로 차려야 맛있고 품위 있는 진수성찬이 될 것인데, 밥상을 차리는 데 아무런 도움 주지 않았으면서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식에 어떻게 대처할지 모를 일이다. 다 엎지러진 물을 다시 쓰어 담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나라를 위하고, 양산을 위하고, 자신을 위한 결단을 내리길 바라며, 오는 4월 총선에서 비록 내가 지지한 정당과 후보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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