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길 위에 눕는 시간

식어가는 아스팔트를 걷는다

휘적거리는 걸음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앞

차레를 기다리는 유대인처럼

긴 그림자가 뒤를 따른다

이 길 끝에

내 생을 기억하고

위로해 줄 사람은 있을까

어두워져가는 길 위에

돌아갈 곳 잠시 내려놓고

지평선에 걸린 노을을 본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처럼

무심한 고추잠자리 떼가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