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구려 태왕(太王) 흥안의 약속
 

"만약 우리가 백제를 공격하면 신라군이 움직이지 않을까요?"

고운수가 백제와 신라가 동맹관계임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외다."

"대대로께서는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태왕 흥안이 물었다.

"폐하. 신라는 백제와 동맹을 맺고 있지만 가라국과도 동맹을 맺고 있사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보라국이 주변국과 연합해 가라국을 침공할 때마다 군사를 보내 지원해온 것이옵니다. 그런데 만약 이번에 백제 어라하 명농이 직접 정예군을 이끌고 보라국과 함께 가라국 을 치기 위한 원정에 나섰다는 소식이 서라벌에 전해지면 어찌되겠사옵니까? 신라국왕 원종(原宗)이 우둔하지 않다면 백제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소식을 접하는 즉시 군사를 파견할 것이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라군과 백제군이 가라국에서 서로 칼질을 할 수도 있사옵니다. 그런 후에 백제가 우리를 막기 위해서 신라에 군사요청을 한들 신라가 들어주겠사옵니까? 신라에게 가라국은 입술이나 마찬가지옵니다. 입술을 잃고 보면 이가 시리듯 가라국을 잃고 나면 신라는 대단히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게 될 것이옵니다. 특히 신라에서 소요되는 쇠의 대부분을 가라국에서 조달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듣고 보니 대대로의 말이 옳구려."연자유의 설명을 들은 태왕 흥안의 얼굴이 다시금 밝아졌다.

"그런데 왜 보라국이 우리가 백제를 침공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옵니까? 소장은 그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사옵니다."

고운수는 왜 보라국이 상국인 백제가 곤란해지도록 하려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보라국은 가라국을 차지하기 위해서 수백 년간 싸워왔소이다. 그런 가라국을 백제가 차지하려 하는데 두고만 볼 수 없겠지요. 보라국 역시 가라국에서 나는 쇠를 차지해 국력을 신장시켜 신라를 도모하고 나아가 백제를 도모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을 것이요. 그리고 무엇보다 만약 백제가 가라국을 차지하고 나면 보라국은 자신들이 토사구팽당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나름대로 차도지계라는 계략을 쓴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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