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총선후보 매번 외지인 전략공천
국힘 김태호, 민주 김두관 모두 외지인
경선기회 박탈하는 일방공천 더는 안 돼

양산지역은 총선만 되면 전략공천(단수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외지인의'낙하산 인사'가 공룡처럼 출현한다. 각 당의 필승전략을 위해 절대 안 될 건 아니지만, 총선 때마다 이 난리를 치니 지역후보와 지역주민들은 여러모로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각 당의 의석 확보 목적 이외 그리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사실 선거에서 아름다운 패배와 2등은 없다. 1등만 존재할 뿐이다. 오직 승리만을 위한 당의 불가피한 결정이라지만, 사전조율 안 된 전략공천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열심히 출마를 준비해온 다른 후보자와 지지자(시민) 입장에서 본다면, 일순간 팽(烹) 당하는 기분일거다. 선거의 생명이 공정과 기회균등인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경선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방적 경기방식은 어떤 이유로든 올바른 민주적 게임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던 아무런 지역연고와 활동도 없었던 외지인이라면 더 짜증난다. 그런 측면에서 여야 양당이 번갈아 가며 일삼는 일방적 전략공천은 시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오는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현재 PK지역(부산·경남) 낙동강변에 민주당이 독차지하고 있는 양산을(김두관), 김해갑(민홍철), 김해을(김정호), 부산 북강서을(전재수), 부산 사하갑(최인호) 소위'낙동강벨트'5석을 모두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일 양산을에 전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을, 북·강서을에 5선의 서병수 의원을, 김해갑에 3선의 조해진 전 의원을 험지로 각각 공천했다. 양산지역의 외지인 전략공천은 PK지역 중에서도 가장 심해 지난 2004년 17대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17대는 건설업자 김양수 의원에 이어 양산과 일면식도 없는 박희태 의원, 지금의 남해출신 김두관 의원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내세워 낙하산 공천으로 외지인이 당선됐다. 지난 21대는 김두관 후보를 잡는다며 홍준표 현 대구시장과 김태호 의원이 후보자로 오니마니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다. 이번 총선도 지난번과 엇비슷한 양상으로 외지인 경남도지사 출신간의 리틀매치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의석수도 현재의 1:1 양당구도로 이어질지, 아니면 2:0 바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어쨌든 전국적인 관심 속에 전격 전략공천이 이뤄지다 보니 김두관 후보와 맞짱을 뜨겠다고 절치부심 지역을 갈고 닦아온 국민의힘 한옥문 경남도당위원장 등 예비후보들은 졸지에 "닭 쫓던 개"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의 희망과 자존심이 일순간 망가졌다. 한 후보는 "지역여론을 무시한 공천"이라며 중앙당에 항의중이나 번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벼랑 끝에서 양산 출마에 나선 김태호 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처한 현실이 너무 절박해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여야 공천자중 누구든지 꼭 승리하고 싶다면, 먼저 상처 입은 후보자와 지역 민심부터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낭패 볼지도 모른다. 전략공천도 공천의 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최선인지 최악인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선거구로 인한 지역 양당화와 그에 따른 시민갈등과 자존심 회복이다. 양산은 웅상지역의 인구증가로 지난 20대 총선부터 선거구가 갑을로 분할되어 양산갑은 국민의힘, 양산을은 민주당이 오랜 세월 터를 굳히고 있다. 보기에 따라 양당이 경쟁과 견제로 지역발전에 더 도움 되지 싶으나,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득만큼 실도 적지 않다. 작은 중소도시의 민심이 천성산에 가려 양분되고, 선거진영과 권력자들의 이상한 헤게모니에 의해 갈갈이 찢겨진 느낌이다. 후보자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인식부터 해야 한다. 누구든 개인이고 지역이고 지키고 싶은'무형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양산시민들도 분명 지키고 보존하고 싶은 자존적 가치가 있을 텐데, 선거 때마다 외지인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니 "우리지역에 이리도 인재가 없냐"는 상처를 받는모양이다. 이게 바로 지키고 싶은'지역의 자존심'이다. 이번 선거로 얼마나 더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처받게 될지 걱정이다. 이런 것들이 양산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설움'이라면, 지역인재를 아끼고 키우려는 지역정치 문화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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