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대운8길 34-31

서창중학교 정문 앞에는 잡화와 문구를 함께 판매하는 작은 문구점이 하나 있다. 도로 안쪽 끝 골목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문구점이 있는 지는 잘 모를 것이다. 얼핏 간판만 보면 분식집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필기구나 양말,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젤리·사탕등 간단한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하얀 실내화였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EVA소재로 고무보단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하여 물 증발도 빨라 초·중고학생들의 실내화에 많이 사용된다.

'삐걱삐걱' 걸을 때마다 소리 나는 학교 교실 나무바닥에 친구들과 엉덩이를 맞대고 열심히 왁스칠 하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집에서 못 쓰는 수건으로 손걸레를 하나씩 만들어 바닥용 왁스를 묻혀 반질반질 윤기나게 교실 바닥과 복도를 참 열심히도 닦던 기억이 난다. 동글납작한 것이 꼭 구두약처럼 생겨 남자아이들은 구두를 닦듯 '퉤~!' 침까지 뱉어 선생님 눈치를 살피며 장난을 치곤했다. 가끔 왁스칠를 하지 않은 곳은 바닥이 일어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왁스칠를 해야 했고, 그 덕에 추운 겨울에는 화장실을 갈 때 빠른 종종 걸음으로 걷다 슬라이딩 한번 하고 또 종종걷다 슬라이딩... 그냥 걸어 간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중학교 시절,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매점으로 친구들과 전력질주로 달려가 짱구를 하나 사고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올라 가다 보면 어느새 벗겨진 실내화는 계단 밑에 떨어져 있고 다시 주어신곤 깽깽이 걸음으로 걷다 뛰다 하며 교실에 갔다. 그땐 실내화 밑창이 고무로 되어 있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평소 집에서는 잘 먹지도 않았던 과자나 군것질을 학교에 가면 왜 그렇게 먹고 싶은지...

90년 중후반에 왁스가 인체에 위험·유해성분이 있다는 뉴스보도가 나면서 학교에서 바닥 닦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 머리가 딩~ 할 정도로 기름 냄새를 맡으며 닦던 왁스칠은 지금의 학생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부모님 세대에 그렇게 열심히 닦았던 나무 바닥을 보려면 추억의 달동네나 아주 오래된 폐교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하하~호호' 친구들과 해맑게 웃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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