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도시계획도로 개설 과정서
창고 진출입로 사라지고 웅벽 생겨
도로 높이 4m 이상 깎아내는 등
최대 2.4m의 높낮이 차이 발생

시 "사업부지 아니다"모르쇠 일관
판결문 '별도 진입로'…시 "오해"
사전 협의과정서 '건축과'배제

 진출입로 없이 옹벽공사가 마무리 되면서 '맹지'로 전락한 회사 창고 입구 (화살표 표기)
 진출입로 없이 옹벽공사가 마무리 되면서 '맹지'로 전락한 회사 창고 입구 (화살표 표기)

부산에서 건축업을 하는 박 모씨는 최근 양산시내에 있는 수십 년된 자신의 회사 자재창고 진출입로가 사라진 채 2m 높이의 옹벽으로 마무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자재창고에 접한 상태로 개설된 신설도로의 전체적인 도로 경사도를 맞추기 위해 기존 도로의 높이를 깍아내는 과정에서 신설도로와 자재창고의 높낮이 차이로 진출입로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멀쩡하게 잘 사용해온 회사 건축물이 졸지에 진출입도로가 없는 쓸모없는 '맹지 건축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양산시청 도로과 관계자는 "자재창고는 이번 도로 개설공사의 사업부지가 아니며, 이 공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당연히 시는 책임이 없다"면서 "행정소송을 통해서 보상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을 해 전형적인 시의 '갑질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양산시와 건축주, 인근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시내 신기동 387-1번지 일원에서 추진중인 '도시계획도로(소3-1호선)개설공사'는 지난 78년 계획도로로 지정되었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46년간 보류돼 오다 최근 양산시가 발주한 것을 (주)진화종합건설이 수주, 2022년 말에 완공했다. 이 도로는 진출입로가 사라진 공장 창고부지와 접해 있다. 문제의 창고부지는 총 3필지 2,094㎡(635평) 규모로 매매가만 약 30억원에 이른다. 이곳은 지금까지 유로폼과 강관파이프 등 다량의 건축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서 대형차량들이 일주일에도 수십번씩 진출입해 창고부지 안에서 마음대로 회전하며 건축자재 상하차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자재창고 바로 앞으로 너비 6m, 길이 112m 규모의 도로가 개설되는 과정에서 양산시가 도로의 전체적인 경사도를 맞추기 위해 도로 높이를 4m 이상 깍아내는 바람에 자재창고와 신설도로가 최대 2.4m의 고도차(높낮이)가 발생했고, 이를 옹벽으로 마감하자 차량진입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특히 회사는 이 공사 이후 회사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자재를 상하차할 때마다 회당 40만원 상당의 지게차를 별도로 불러 작업하는 등 엄청난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또한 20톤 이상의 대형 지게차가 출동하는 날이면 이 도로(너비 6m)가 완전 마비돼 차량운행이 올스톱되는 등 2차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건축주 박씨는 "양산시가 발주한 도로개설 공사로 인해 회사가 '맹지'로 전락하는 무용지물이 됐는데, 자재창고는 신설 도로공사의 사업부지가 아니라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와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시킨다"며 분통을 삭이지 못했다.

박씨가 더 화나는 것은 "공사이전부터 이런 피해사실을 수차례 주장하고 공사중지 요구와 함께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 등을 따져 물었으나 모두 묵살당했다"면서 "공사전에 실시하는 관련부서간 협의과정에서 왜 건축과가 배제됐는지의 답변도 무시당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는 개설 공사전부터 '개설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막아섰지만 한번 시작한 공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설공사 중지가처분' 신청을 하며 중단을 요구하는 등 온갖 법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울산지법에서는 "자재창고로 진입할 별도의 진입로가 개설될 예정이다는 양산시의 답변만 믿고 시의 손을 들어주어 공사 강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별도의 진입로'는 아직도 개설되지 않은 채 '도시계획도로 소3-1호선' 개설공사가 2022년도에 마무리되고 준공되어 버려 시의 답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양산시 관계자는 "'별도의 진입로' 개설이라는 부분은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시는 '별도의 진입로'를 개설해 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다만 건축부지 내부로 너비 3m, 길이 6.78m 도로구배 16.9%의 경사도로를 시공해 주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며 뒤늦게 어이없는 해명을 했다. 시 관계자는 또 "도로는 이미 준공됐고 건축주가 양산시를 상대로 법적인 소송을 통해서 피해를 보상받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더 분노를 샀다.

건축주 박씨는 "양산시는 겉으로는 공정과 소통을 내세우면서 시민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시민들의 재산권 피해 사실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이게 전형적인 '갑질행정'이라고 질타했다. 박씨는 "어쨌든 이 건은 양산시가 시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 꼴이됐다면서 맹지로 무용지물이 된 공장의 진입도로 해결과 피해보상을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문제를 동원해 다투겠다"고 말했다.
 

진입로가 절개된 채 '맹지'로 전락해 버린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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