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구려 태왕(太王) 흥안의 약속

"그런데 백제 조정에서 흘러나오는 풍문 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사옵니다. 아마도 그것이 대대로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지 않을까하옵니다."

"그게 무엇이오?"

고운수의 말에 구미가 당긴 연자유가 재빨리 되물었다.

"일부 고위관료들 간에 돌고 있는 풍문에는 이번에 명농이 군수물자는 물론이고 갑마군을 파견하는 것은 가라국을 점령하기 위함이라는 합니다."

"!"

갑자기 연자유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머릿속을 뒤져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라국에 대한 지식들을 무차별적으로 떠올렸다. 떠오른 것들 중 명농의 가라국 점령에 이유가 될 만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바로 쇠와 신라였다. 그러나 신라는 지금 고구려의 남하를 막기 위해 동맹 중인 동맹국이었다. 그나마 북쪽 변경에서 고구려와 전력수지를 맞추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신라와의 동맹 때문에 가능한 형편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라국에서 무지막지하게 생산되고 있는 양질의 철이었다.

"명농이 가라국의 쇠를 노리는 거구만."

연자유가 심각한 투로 말했다.

"소장도 그리 보옵니다."

고운수 역시 연자유와 견해가 같았다. 백제는 고구려와 버금가는 제련기술과 제작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백제가 만든 철제 칼이 고구려의 것보다 났기도 했다. 하지만 백제는 그 영토가 고구려보다 좁아 생산되는 철의 양이 고구려에 비해 훨씬 부족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대대로. 만약 백제가 가라국을 점령하고 그곳에서 나는 쇠를 독점한다면 우리 고구려에 크나큰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이 아니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흥안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연자유에게 물었다.

"물론 그러하옵니다. 가라국에서 나는 쇠의 양이라면 백제군은 물론이고 바다 건너 왜군까지 무장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고구려의 남쪽 변경이 무척 소란스러워질 것이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이까?"

흥안이 대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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