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채 7년째 방치돼 있는 부산 금정구 소재 침례병원 전경
폐쇄된 채 7년째 방치돼 있는 부산 금정구 소재 침례병원 전경

부산시와 금정구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지난 7년간 끌어온 침례병원 공공화사업(보험자병원)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러한 사실은 이 사업의 추진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 어렵게 상정됐으나 보건복지부가'운영적자상의 문제'로 결정을 보류하고 소위원회로 넘기면서다. 이로 인해 폐쇄중인 침례병원을 재개원해 동남권지역 거점병원 및 지역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해온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공약이자 박형준 부산시장, 백종헌 금정구 국회의원, 김재윤 금정구청장을 비롯, 금정구 시·구의원들까지 자신 있게 내건 선거공약이 무산됨에 따라 금정구민들의 원망과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침례병원 공공화병원 지역공약은 금정구의 유일한 종합병원이었던 침례병원이 지난 2017년 노사갈등 등 복합적인 이유로 폐원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재개원해야 한다는 주민여론에 따라 추진되기 시작했다. 파산으로 병원건물은 굳게 닫히고 도시의 큰 흉물로 방치되면서, 주변의 많은 약국과 상가들도 문을 닫고 떠나 버려 이 일대는 슬럼가로 변해버렸다. 당장 한밤중에 응급환자 발생 시 쉽게 찾을만한 종합병원 응급실 한곳 없는 금정구민들로서는 심각한 의료공백에 따른 의료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사정이 이쯤 되자 2021년 6월 금정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는 9,202명의 주민서명을 받아'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유치'서명부를 보건복지부에 직접 전달하고, 지역의료 공공인프라 확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사업은 지난 2020년 총선에 당선한 백종헌 국회의원 선거공약을 시작으로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그해 6월 지방선거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과 금정구 각 후보들이 선거공약으로 내걸면서 탄력을 받는 듯 했다. 특히 대통령 후보의 부산공약으로 선정되면서 당시 부산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직접 공약해 금정구민들의 기대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산하 건보공단은 이미 일산에 있는 보험자병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침례병원까지 떠안게 되면 개원 초기에만 총 2,97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가상 시뮬레이션 결과 최소 5년이 지나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달하거나, 이마저도 인구감소 등으로 불확실할거라는 내부 판단을 이미 하고 있었다. 복지부는 이러한 이유로 처음부터'불가 입장'정책판단을 한 채 백 의원의 국회질문에 이런저런 핑계로 원론적인 답변으로 질질 끌어 온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백종헌 의원 측은 복지부의 이러한 판단과 의중을 외면한 채 단지 선거공약 이행이라는 이유로 복지부와 건보공단을 압박, 계속'적극검토'만을 강요했다. 답답해진 부산시는 급기야 499억 원의 예산을 들여 경매위기에 처한 침례병원의 건물과 부지를 매입, 건보공단에 무료 제공키로 했다. 이후 시는 부지매입비 외에 개원에 따른 건물 리모델링 비용 1,520억과 각종 의료장비 구입비 955억의 50%인 477.5억원(50%는 복지부가 부담) 총 2,497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총 소요예산 2,974억 원의 83.9%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마저도 향후 계획에 따라 유동적인데다 가령 이러한 조건으로 순조롭게 추진된다 해도 개원까지는 향후 6~8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일 복지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건정심에 부산 침례병원 공공화사업 안건이 상정돼 논의를 거쳤지만'의결(통과)'이 아닌'추후 논의(보류)'로 결정하고, 소위원회로 넘겨 한차례 더 검토하도록 했다. 만약 이날 안건이 의결됐다면 곧바로 보험자병원 설립 절차를 밟을 수 있었지만, 제동이 걸린 것이어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건정심에는 24명의 위원 중 20명이 참석했다. 이 중 몇몇 위원들이 병원 운영 시 적자 대책 등에 대한 자료 보완을 요청해'추후 논의'로 방향이 틀어졌다. 다만 이후 소위원회 차원의 재논의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 안건 의결이 무기한 표류될 경우 건정심에서 안건을 폐기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금정구 지역주민들도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로 체념하고 방향수정을 기대하고 있다. 이 공약사업이 사실상 무산됨에 금정구의 모든 공약을 내팽겨 친 채"결정이 9부 능선까지 왔다. 잘되고 있다"며 자신 있게 홍보해온 백종헌 의원은 구민들을 우롱하고 무능한 국회의원으로 낙인찍혀 4월 총선에서도 적잖은 타결을 입는 등 비난과 책임을 비켜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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