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나재가복지센터' 대표,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강하나재가복지센터' 대표, ​​​​​​​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당신은 어떤 이별을 해보셨나요?" 이별이란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따끔하고 시리다.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이별의 순간이 온다.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여 상실하기까지의 경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상황과 조건에 상관없이 그 누구든 경험하게 된다. 다만, 개인마다 경험하는 것이 달라서 상황 자체보다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반응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더불어 이별 후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결과도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상처를 극복 과정에서의 사회적지지 자원을 발견하고 개인의 내적 성장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만남과 이별의 연속적 경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 따른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힘든 일을 더 잘 견디며, 자신감과 독립심이 증가하여 넓은 안목으로 인한 지혜로움까지 겸비하게 되니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도 여러 상황에서 이별과 상실의 경험을 하였다. 학교에서는 졸업과 전학 등의 이유로 많은 학생과의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특히, 오래전 내가 처음으로 맡았던 중학생들을 잊지 못한다. 무리의 친구들이 함께 와서 일주일간의 교육을 받았는데 나를 너무 따르고 좋아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인생에서 단 일주일간의 경험과 추억들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 아이들은 아직도 나를 기억하며 뜨문뜨문 연락을 주곤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고 대학 입학과 졸업, 입대, 입사 소식 등을 전해줄 때 순간의 이별이 인연의 끝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초등학교 2학년일 때 만났던 한 아이가 어느새 중학교 3학년 소녀가 되어 센터까지 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힘든 초등학교 시절을 상담실에 와서 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유일한 버팀목이며 행복이었다고 말하는데 그 아이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졸업식 날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중학생이 되어 힘든 날이 있어도 상담실에서의 하나쌤을 기억하며 버티는 날도 있었다는 이 소녀의 진심이 나를 울렸다. 시간이 지나 희미해졌을 기억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때 그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곁에 있진 않지만, 서로 나누었던 애정 어린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별의 순간은 참으로 아프다. 하지만 시간과 기억이 모두 저만치 가버렸을 때,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스러운 순간도 어느새 덤덤해지는 날이 오고, 마음 아파 슬퍼했던 시기도 작은 일상들이 쌓여 평온해지는 날도 오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흘러 나에게 남은 것은 찬란했던 수많은 에피소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한 예의, 이별을 대처하는 자세 그리고 매 순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만이 새겨지는 것을 보니 세상에는 그 무엇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이별의 순간 앞에 서 있다. 양산신문에 글을 쓰기로 약속한 열 번째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마지막이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수많은 이별 중에서 이렇게 예정된 이별도 참 쓸쓸하고 아쉽다. 정신없이 바쁜 시기에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감히 어떻게 글을 쓸지, 어떤 내용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닿을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적당함을 찾으려니 아찔하기도 겁이 나기도 하면서 걱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부터는 진심으로 나의 온 마음과 시간을 글을 쓰는 데만 몰두했다. 나의 글을 통해 "따뜻함과 위로"만은 꼭 전달되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길을 가다가, 밥을 먹다가, 책을 보다가도 찬찬히 세상을 들여다보고 몰두했으니, 이 정도의 마음 자세와 정성이면 결과야 어떻든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런 다짐과는 다르게 한 편을 쓰고 나면 휴,, 다 썼다는 안도감보다는, 나의 부족함과 무지함으로 인해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는 없을지, 누군가에게 상처 되는 글은 아닌지 등의 별의별 걱정을 한 나날들이 더 많았다.

이 글 한 편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글을 써보고 나서야 깨우쳤고 글을 썼던 약 6개월 동안 나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인생은 어떠한 일도 쉽고 만만하게 이루어지는 것 하나 없으며, 안될 것만 같던 일들을 모두 해내는 힘은 내 안에 반드시 있다는 믿음 또한 생겼으니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작별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언젠가 또다시 좋은 기회가 생겨 더 풍성하고 다양한 우리네 이야기 '상담은 하나! : 11'로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그날이 언제든 그때까지 매 순간 사랑과 정성으로 살며,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겸손하고 배려하는 자세와 태도로 나는 또 잘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이별! 분명 새로운 시작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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