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임을 앞둔 모 중학교 A 교장이 1, 3학년 수련회 일정을 개인의 퇴임 일정을 이유로 연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교육 당국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도내에 있는 수련회 장소를 물색하고 2박3일 일정을 잡는 등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이에 해당 A 교장은 이 수련회 장소에 대한 내용과 일정에 대한 인지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학부모들에게 해결 대안이랍시고 가져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의 볼멘 소리는 여전하다.

이번 사안을 정리하자면 8월 말께 선정된 무료 수련회는 취소하고 개인 부담 수련회로 가정 통신문을 돌리더니 다시 또 무료 수련회로 학부모들의 입막음까지. 결과적으로 이번 수련회는 A 교장이 정년퇴임 후라는 사실이다.

근데 말입니다. 설령 교장이 퇴임을 하는 것과 수련회 일정이 겹친다 해도 학생을 위하는 진정한 교육자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게 답일까? 일신의 안위를 위해 학생의 기본적인 행복을 짓밟는 교육자가 명예로운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로부터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은 학부모들의 기분 탓일까?

이 사안을 접하기 불과 얼마 전 본지 기자는 졸업식을 앞둔 또 다른 모 중학교 B 교장이 졸업생들에게 좀 더 많은 장학금이 나갈 수 없을까 고민하며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퇴임 앞둔 A 교장과는 정말로 상반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일 사이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극과 극 교장 체험을 한 셈이다.

학교에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정년 퇴임만 기다리는 교육자라면 왜 학교에 남아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버젓이 순리대로 정년 퇴임을 해야 진정한 교육자의 길을 제대로 밟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정답은 자신만이 잘 알 것이다.

솔직히 말해 오직 학생들을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열정 넘치는 교육자가 이 세상에는 더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한 사람의 오류로 모두를 일반화해서는 안되겠지만 본지 기자 입장에서는 두 교장을 짧은 시간에 상반되는 상황을 본거라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

구전동화 같이 전해진 교육계 전설에 따르면 지역에 3惡(악)이라는 교육자가 있다고 들었다. 3명의 악한 교육자인지, 3가지 악한 것을 가지고 있는 교육자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학부모들에게도 세가지 복이 있다면 남편 복, 자식 복, 그리고 나머지는 교장 복일지도 모르겠다고. 아니면 적어도 3악은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학교 현장에서는 특히 어떤 교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학교의 문화, 교사의 태도, 학습 분위기, 아이들의 표정까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격하게 요즘 든다. 그것은 당연한 소리일 지도. 어느 조직이든 최고의 자리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흐르는 물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 역시도 기자면서 북한도 무섭다는 중2 학부모이기도 해서 퇴임 교장의 수련회 취소 문제를 알고 있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숱한 A 교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겁한 변명과 자신의 과오를 덮으려는 답변 뿐이었다.

퇴임 앞둔 A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이 사안을 또 조용히 덮으려고 한다. 그래 8월이면 퇴임이니깐.

그런데 정작 사과는 학부모가 아닌 학생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게 아닐까? 학교는 학생이 주인이니깐. 학교에서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피해를 본 학교의 주인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한건데.

근데 참, 이번 사안에 있어서 A 교장이 한 게 뭐가 있을까? X 싼 사람 따로, X 치우는 사람 따로...학교 교장실이 조용히 쉬라고 있는 별장은 아니지 않습니까. 명예로운 정년 퇴임이 목적이시라면 좀 더 머리를 잘 쓰셔서 오점은 남기지 말아야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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