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청·시의회 잇따른 부패 악재
청렴지수 2등급 무색, 수사에 '초긴장'
양산시민들 '청렴한 양산시정' 기대
역대시장 부패, 비리척결 교훈삼아야

최근 양산시의회와 양산시청에서 잇따라 발생한 시의원 성추행 사건과 검찰의 시청 압수수색 등으로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로 인해 이들 양 기관을 바라보고 신뢰하는 시민들의 시각 또한 그리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현역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양산갑)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양산을), 나동연 양산시장을 둘러싼 모호한 삼각 앙숙관계에다 예비후보들까지 얽히고설킨 민감한 총선 분위기와 맞물려 시중의 반응은 더 와글거린다. 시정을 관리감독하고 견제해야 할 양산시의회는 지난 16일 김태우 시의원이 1년 넘게 저지른 성추행 사건으로 전국적인 낭패를 당했다. 졸지에 기관과 전체 의원들의 이미지가 동반 추락하는 최악의 순간을 맞은 것이다. 이종희 의장과 각 상임위원장들은 지난 22일 시청기자실을 찾아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성추행 사건으로 시민들께 실망과 걱정을 끼쳐 사죄드린다"고 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시의회 시스템과 문화를 개선하고, 논어에 나오는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朽木은 不可雕也)"는 말로 반성과 변화를 약속했다. 이날 사죄는 상황을 모면할 형식적 사죄가 아닌 뼈를 깎는 진심어린 사죄이길 바란다.

한때는 동료였지만, 어이없는 일에 놀란 18명의 다른 시의원들은 모두 지체 없이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조속한 시일 내 윤리특위를 열어 징계하겠다"며 강한 징계 의지를 밝혔다. 양산시의회는 의회운영위를 열어 29일 특별위원회 소집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를 개회한다. 이날 임시회에서 징계나 제명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말이 없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당사자의 거취문제가 안주거리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당사자는 일언반구의 사과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웬만한 상식과 수오지심, 기본적 공인의식을 가진 자라면 벌써 백배사죄하고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어야 옳았다. 그렇지 않고 버티는걸 보면 여론을 관망하면서 어떻게든 의원직을 유지해볼'갖은 꼼수'를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다. 언론 보도대로 가해자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깔끔하게 사죄하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안됐지만,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자신의 먼 여정을 봐서라도 모양새도 이게 좋다. 그러나 만에 하나 억울하고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면 떳떳하게 나서서 시비 주장을 펴는 것 또한 본인의 권리이자 용기라 생각한다. 양자의 주장이 꼬여 법정에서 다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인은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처신하고 어떤 형태로든 깔끔하게 마무리를 잘 하는 것도 공인의 자세라 본다. 마무리까지 보기 흉하게 질질 끌고 소란 피운다면 진짜 더 좀스런 소인배로도 비칠 수 있다.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당사자 간의 법적 시시비비는 그 이후의 문제이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당사자가 의원직을 자신사퇴 하지 않는다면 시의회는 △공개사과 △경고 △30일 출석정지 △제명 등 하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 식구 감싸기로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질지 아니면 일벌백계로 중징계가 내려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런 와중에 양산시청의 검찰 압수수색은 또 무슨 시추에이션(Situation)인가. 호사다마야 설상가상이야. 시는 지난해 양산시청의 부패지수가 2등급에 들어 과거의 부정부패 이미지가 좀 회복됐나 했는데 이게 웬 일인가? 지난 26일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시청이 부산동부지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직은 수사 중이라 비리의 전모가 완전 드러나진 않았지만, 양산시청의 청렴 이미지가 상처 입은 것만은 사실이다. 양산시는 또 지난 2022년 말에도 무인단속기 납품 뇌물사건에 거액의 뇌물을 받은 5급 공무원 등이 구속되고, 공무직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공직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나동연 시장은 하위에 머문 청렴한 시정운영을 위해 '3불5행(三不五行)'을 선언하고 매월 첫째 날을'청렴의 날'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청렴시책을 펼쳐왔다. 3불은 청탁배제, 이권불개입, 군림 않는 시장이고, 5행은 화합, 민주, 소신, 비전, 청렴이다. 그간의 부패지수를 보면 이런 노력 덕분인지 좀 나아진 건 맞는데, 과연 양산시민들도 그리 인식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의'2023 부패인식도'조사에서 우리 일반국민들의 56.5%가 '우리사회가 부패하다'고 답했다. 또 '공무원들이 부패(매우 부패+부패한 편)하다'고 보는 인식에 대해 일반인은 38.3%인 반면, 공무원은 2.4%로 무려 35.9%의 온도차를 보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산시청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며 식구가 많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자위할지 모르겠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적어도 양산시민들의 의식 속에는 역대 시장들이 저지른 더러운 부정부패의 인식이 너무 강하게 각인돼 있어 작은 비리건에도 발끈한다. 때문에 지금 아무리 잘해도 그런 오명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첫째도 둘째도 청렴은 윗물부터 맑아야 한다. 온갖 청렴시책을 펼쳐봤자 속으로 직원들이 "아랫사람 걱정 말고 높은 너거나 잘 하소"하는 식이라면 참 곤란하다. 양산시민들이 보는 양산공직자의 부패지수는 '0일수도 100일 수도'있다. 부패인식에 대한 시민들의 역사적 인식을 깊이 헤아려 처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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