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고구려 태왕(太王)흥안의 약속

고구려 평양성(平壤城) 안학궁(安鶴宮)

"태왕폐하! 남부 욕살 고운수가 들었사옵니다."

"어서 들라하라."

내전에서 대대로인 연자유와 함께 고운수가 도착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고구려태왕 흥안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곧 보라색 비단으로 만든 두루마기와 검은색 비단 두건을 쓴 남부 욕살 고운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폐하! 그간 평안하셨사옵니까."

키 175cm정도에 떡 벌어진 어깨와 허리가 한 아름이 넘는 다부진 체구를 가진 고운수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예를 표했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이다."

함께 있던 연자유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운수를 반겼다. 비록 나이는 10살이나 아래였지만 연자유와 고운수는 태왕 흥안의 아버지인 문자명왕시절부터 함께 말을 타고 요동과 요서의 치열한 전쟁터를 누빈 전우였다. 당시 연자유는 뛰어난 지략을 바탕으로, 고운수는 무적 선봉장으로 고구려의 승리를 이끌곤 했었다. 그런데 함께 전쟁터를 누빌 때는 얼굴에 난 수염이 검었지만 이제 연자유의 얼굴에 난 기다란 수염만 회백색에 가까우리만큼 희게 세어 있었다. 그러나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연자유는 키가 180cm에 달하고 몸무게가 90kg에 달할 만큼 장군의 풍모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대대로께서도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고운수가 빙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무탈하오이다. 이 모두가 욕살께서 남쪽 변경을 굳건히 지켜준 덕분이 아니겠소이까."

연자유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과찬이옵습니다. 북쪽 변경이 안정되지 못했다면 어찌 남쪽 변경이 안정될 수 있었겠사옵니까."

고운수가 대대로인 동시에 동부의 욕살인 연자유가 북쪽의 변경을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화답했다.

"어서 좌정들 하도록 하시오."

연자유와 고운수의 인사가 길어지자, 태왕 흥안이 조바심에 바짝 단 얼굴로 두 사람을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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