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은 하루에도 수많은 색상을 보면서 살고 있다. 아파트의 색상, 자동차의 색상, 숲의 색상, 나무의 색상, 들판의 색상 등일 것이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색상들, 봄이면 피어나는 온갖 꽃들과 연초록 잎새로 하여 우리의 눈은 얼마나 황홀한가. 그 화려한 색상들을 감상하느라 우리들의 마음도 봄 색상처럼 밝고 아름답고 약간은 들뜬다. 여름엔 녹색으로 나무와 숲은 물들어가고 우리들의 마음 또한 마냥 푸르게 푸르게 물들어간다. 왠지 모를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며 조금은 차분한 마음이 된다. 가을은 또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들판과 숲과 가로수들이 저마다의 색상을 자랑하듯 물들어간다. 실핏줄이 터져 붉은 피를 쏟듯 그렇게 자신을 물들이는 가을을 보며 인간의 마음도 붉게 붉게 물들어 불꽃처럼 타오르는 느낌도 갖게 된다. 겨울은 또 하얀 눈으로 산과 들, 도심까지 하얗게 덮어 마치 우리들의 어지럽고 지저분한 허물을 덮어주는 듯한 눈의 색에 매료당하며 그 순결한 모습 속에서 또 한 계절을 나기도 한다. 이렇게 계절마다 특별히 많이 나타나는 색상들이 있어 우리들의 마음까지 닮아간다. 그것은 4계절이 뚜렷한 지역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또 시 속에 나타나는 색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렸을 때 외운 윌리엄 워드워즈의 '무지개'란 작품이 생각난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 내 가슴은 뛰노라. //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 나 늙어서도 그러하리라.//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외심으로 이어지기를."이란 내용이다. 무지개를 보면 지금의 나도 마음이 설레고 경이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윌리엄 워드워즈도 그런 감성으로 이 시를 썼으리라. 가끔 긴 터널을 지나게 되면 그 속에 무지개 색상이 나와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무지개의 일곱 색상이 우리 시야를 즐겁게 하기도 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색상의 환기로 졸음운전을 예방하기도 한다.

이 시조 첫째 수는 나무의 색이 소재다. "숲이 새를 기르듯 잎은 색을 기른다"고 했다. 햇빛을 많이 받아들여 광합성된 초록, 시간이 지나면서 "물 끊긴 잎맥 사이로 피가 터져 번진다"며 가을이 된 잎의 색 변화를 말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머리의 색상이 변해가는 여자 몸이 소재다. 초장에서 흰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종장의 "다 늦은 여자 몸에서 자라나는 하얀색"이란 흰 머리카락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수에서는 "돌아올 길을 찾아 숲은 핏물 떨구는데"라며 숲은 내년에 다시 피울 것을 생각하며 묵은 잎을 떨구지만 구름과 인간은 매일 늙어서 결국은 흰빛으로 흩어지고 사라진다는 의미다. 잎의 색, 인간의 색, 자연의 색 등 색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저작권자 © 양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