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최근 대만 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승리하자 중국이 전쟁 불사의 반응을 보이며 발끈하고 나섰다. 약속이나 한 듯 북한의 김정은도 마치 당장 남쪽으로 핵미사일을 날리기라도 할 것 같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6·25 이래 가장 위험한 국면이라는 미국 북한 전문가의 분석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은 총선에만 관심이 집중된 듯하다.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권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국가 안보가 위중하고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거대 야당이 소위 쌍특검법의 처리를 강행한 것은 정략적인 의도가 강하다. 도이치모터스특검법은 십 수 년 전의 민간인에 의한 투자 비리 사건으로 권력형 비리 사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샅샅이 파헤친 사건이었다. 특검 대상이 아님이 명백하지만, 야당이 단지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인 사안이다.

위 특검법 제2조에 의하면 수사대상을 “1.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및 가족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의 특혜 매입 관련 의혹사건 2.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3. 제1호부터 제2호까지의 의혹 등과 관련되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김 여사의 명품 백 사건은 수사대상이 아니지만, ‘관련되어’라는 의미를 넓게 해석하여 김 여사 명품 백 사건을 수사할 여지도 있다. 특히 특검 후보자 2명 모두 야당에서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편파적인 인사가 특검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될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내놓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사건이 특검 수사과정에서 조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위 특검법의 재의결 절차를 미루고 있는 것은 여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낙천한 여당의원들의 반발표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김건희 여사에 관한 여러 가지 이슈들을 대하다 보면 뭔지 모를 기시감에 접한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취임식 오방색의 무속 시비, 최 목사 관련 유언비어, 출산에 관한 가짜뉴스, 그 외 우유 주사, 비아그라, 성형, 거울 방, 해외 순방 시 숙소의 사소한 점검 사항 등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이야기를  유포해 박대통령을 깎아 내리고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박대통령이 남성이었다면 문제 삼지 않았을 일들을 조작하여 정쟁거리로 삼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 여사에 대한 무차별 공격의 밑바닥엔 여성에 대한 폄훼, 여성 비하 시각이 존재한다고 본다. 김 여사에 관한 온갖 유언비어와 가짜뉴스 중에는 여성 특유의 입장을 비틀어 희화화한 것이 많다. 여자가 설치면 집안이 망한다는 식의 낡은 편견에 입각하여 여성의 섬세한 감성, 화장, 미용 등 을 소재로 삼은 공격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자 여성 비하이다. 명품 백을 이용하여 몰카 공작을 한 것도 여성 비하나 여성 차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 여사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제 2의 쥴리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가고자 하는 얄팍한 시도였다.

김 여사의 명품 백 사건은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인 정치공작이었다. 법 상식적으로 무고하게 함정수사를 당한 사람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대통령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 술수에 걸려든 경위와 그 이후 처리 과정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 사건의 본질적 부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김 여사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작을 벌인 쪽의 잘못이 훨씬 크다. 무엇보다도 그 사건은 여성을 상대로 벌인 비열한 공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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