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이 자리를 통해 시민간담회가 소외 민원을 알리는 공론장이 되기를 바란다는 글을 썼다. 그러면서 수십 년동안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가산마을의 이야기를 전했다. 마을 이장은 당시 동면 시민간담회에서 "작년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물이 꽝꽝 얼어 못 마셨다"고 밝혀 주위를 아연실색케 했다. 이장의 하소연을 들은 나동연 양산시장은 "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수도 대책 바로 세우도록 해라. 사유지 탓하지 말고, 안되면 사유지 매입하라. 추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라"고 곧장 지시했다.

올해도 시민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8일 동면을 시작으로 17일 덕계동까지 약 2주간 13개 읍면동을 돌며 시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청취했다. 주민들이 건의한 건수만 총 236건에 이른다. 민원은 대체로 동산장성 둘레길 진입로 개설, 학교 빈교실을 이용한 영아 이용시설 조성 건의, 라피에스타 공실 해결 대책 마련 건의, 원동면 실내체육관 건립, 강서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 확충, 두산위브아파트 진입도로공사 지연 해결 요청, 언덕농원~솔발산 공원묘원 하수관로 설치, 북정동 물류센터 출퇴근대란 우려에 따른 대책 마련, 북부동 소규모아파트 재건축, 회야강 건천화 문제 해결 요청, 국도7호선~명곡교차로 도시계획도로 조기 착공 요청, 장흥저수지 둘레길 조성 건의, 호우시 범람하는 도로 우수관로 확장 교체 등이다. 1년 전에도 나왔던 건의도 있는가 하면 새롭게 대두되는 민원들도 많았다. 어쨌건 200건이 넘는 이 민원들이 올해 양산시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그럼 가산마을 이야기는 어떻게 됐을까. 마침 올해 동면 시민과의 간담회에도 가산마을 이장이 참석해 이런 말을 전했다. "작년 순회간담회 때 저희 마을 소방도로와 상하수도 관계를 말씀드렸는데 당시 시장님이 적극 검토를 하라고 바로 지시를 하는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 후 담당부서 팀장과 직원들이 여러 번 찾아와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인지 올해는 사업을 하기로 결정이 됐다고 들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확인해보니 아직 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걸음 진전이 있었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5년 단위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을 실시하는데 양산시가 여기에 가산마을 도시계획도로 신설 반영을 포함시킨 것이다. 가산마을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로, 관로를 매설해야 되지만 국도 35호선과 가산마을 중간에 위치한 사유지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계획도로 신설이 결정되면 도로 개설 공사를 위해 토지를 매입해 상수도를 같이 매립할 수 있게 된다.

사실 가산마을 물 문제는 해결이 요원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마을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토지소유주의 허가 없이 양산시가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가산마을 회관 앞쪽 도시계획도로가 일몰제로 없어지면서 도로 개설이 안되다보니 관로 묻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양산시의 책임도 크다.

일부에서는 시민간담회에 대해 요식 행위라 폄하하는 시선도 있다. 물론 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외됐던 민원들이 공론의 장으로 올라올 수 있는 기회임에도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불편을 겪는 마을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이다.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면 적어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머리를 맞댄 결과가 이번 가산마을 사례다.

그래서 간담회를 직접 가보면 간담회마다 관심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좌석은 가득찼고, 자리가 없어 일어선 채로 간담회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소통에 목말라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온라인 공간이 발전하면서 국민신문고 등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고, 시스템도 편리해졌다. 그러나 이를 처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집단민원처럼 목소리 큰 쪽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온라인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시민간담회와 같은 자리가 더욱 소중하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이번 간담회를 마치고 "건의한 민원사항 중 처리 가능한 건은 추경예산에 반영해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 주민 불편사항에 대해 적극 해소해 나갈 방침"이라며 "건의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처리 가능 여부와 추진계획에 대해 담당부서에서 건의자들에게 직접 알리고 이후 지속해서 진행상황을 점검해 시민들의 불편해소와 행정 신뢰도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 1년 전에도 얘기했지만 향후 시민간담회를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방송을 해서 더 많은 시민들이 보고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제기된 민원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236건이 숙제를 앞으로 양산시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언론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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