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북방의 범, 고구려를 불러들이다.

"이번 계책은 때를 맞추지 못하면 아니한만 못하옵니다. 그래서 소신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무슨 때를 말이요?"

아진왕이 궁금하며 물었다.

"이번 계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옵니다."

"조건이라니? 어서 말해보오."

아진왕이 대답을 재촉하며 물었다. 그러나 질정지의 입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질정지는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진왕은 그런 질정지를 향해 거듭 대답을 재촉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질정지가 곧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폐하, 소신이 말한 조건은 세 가지이옵니다."

오랜 생각 끝에 질정지가 밝힌 조건 중 첫 번째는 보라국과 백제군이 반드시 가라국의 양동성을 점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구려의 백제침공 소식이 반드시 백제군의 양동성 입성 전에 명농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고구려가 반드시 혈성을 점령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질정지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을 전해들은 아진왕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시된 조건 하나 하나가 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아도간이 말한 조건 중 하나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요?"

"백제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백제의 뜻이라."

질정지는 자신이 첫 번째 조건에서 말한 양동성 점령이 이뤄지지 않으면 백제군의 가라국 진주는 없을 것이기에 굳이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는 이내 두 번째 조건 설명으로 이어졌다.

"만약 백제 어라하 명농이 양동성 점령 전에 고구려 침략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라국 정벌 일정을 늦추려 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백제의 힘을 배제하고 가라국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만약 양동성 점령 후, 백제군의 양동성에 진주가 시작된 후에 고구려의 침공 소식을 듣게 된다면 명농은 다급해진 나머지 가까운 임나에 주둔하고 있는 왜의 군사를 끌어들여 백제군 대신 양동성에 진주시키려 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보라국으로서는 더욱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되겠지요."

"왜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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