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소 가까이서 나무향이 났다
전기 톱날에 몸통이 잘리면서 나무가
숨겨 두었던 비밀을 풀어내는 아우성이
멀리까지 와서 코를 깨웠다
서 있을 때는 알 수 없던내밀한 울음이
쓰러진 몸에서 속살을 끄집어내는 순간
보이지 않는 춤으로 걸어 나와
영혼 끝에서 살아나는 무수한 손짓
그렇게 간직해 왔던 깊이를 내보이며
이웃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속살은 온통 부끄럼 투성이다

그것은 톱날의 일방적 기대치다
말이 좋아 향이지 어쩌면
전 생애를 순응하며 살아 온 나무가
안으로 새겨오던 나이테를 들키는 순간
낭패한 속내를 감추기 위해 내뿜는
필사에 극한 독설일지 아니라면
스스로를 방어하는 칼날일지
그것은 혹, 내게만 손을 뻗어 보내는
햄겨운 구조신호가 아니었으면 어째
코끝이 쨍한 이유를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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