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북방의 범, 고구려를 불러들이다.

아진왕이 혀를 차며 말했다. 왕실과 관련된 권력 핵심 중 하나는 외척이었다. 일반적으로 귀족들은 자신의 딸을 왕과 혼인시켜 더욱 더 큰 권력을 손에 넣으려 했다. 이는 고구려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5부의 귀족들은 흥안을 자신이 속한 집안의 여식과 혼신시키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자신들의 왕이 고구려 귀족의 딸이 아닌 백제 귀족의 딸과 혼인하려 하는데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그렇고 아무리 우리가 명농의 부재를 알려 준다한들 고구려군이 대규모로 움직이겠소이까? 명농을 압박하려 한다면 적어도 1만 이상의 고구려 군이 움직여야 하는데."

아진왕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도간의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슬며시 웃고 있었다.

"폐하,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적어도 3만 이상의 고구려군이 움직이게 되어 있사옵니다."

질정지가 자신이 있게 말했다.

"이유를 말해보오."

"흥안에게는 연자유가 있기 때문이옵니다."

"연자유라."

백제에 두고 온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흥안은 제가회의의 의결이 필요했다. 그런 제가회의를 주도하는 이는 연자유였고, 연자유는 왕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흥안은 백제의 연인이 필요했고, 연자유는 백제와의 전쟁을 원했다. 또한 남부 욕살 고운수는 백제의 한수유역 영토를 원했다.

"흥안이 급속도로 왕권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대대로로 선출된 연자유가 그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또한 연자유는 주전론자이옵니다. 그는 중원이 양나라와 위나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동안 남쪽의 백제를 정벌하여야 한다고 평소 주장하고 있던 인물이옵니다. 또한 남부 욕살 고운수는 어떻습니까? 한수유역의 백제 영토를 차지하면 할수록 관할구역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남부의 세력은 더욱 커지게 되옵니다. 이렇듯 흥안과 연자유 그리고 고운수가 원하는 바가 모두 맞아 떨어지옵니다. 그런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인 백제 명농이 정예병을 데리고 도성을 비울 뿐만이 아니라 신라와 백제의 동맹이 이번 가라국 원정으로 파기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사옵니다. 이렇듯 좋은 때를 놓치려 하겠사옵니까?"

"아도간의 혜안이 놀랍구려."

아진왕은 비로소 활짝 웃었다. 마치 가슴 위에 올려둔 돌을 내려놓는 듯 했다. 만약 질정지의 의도대로 되기만 한다면 가라국 땅에 백제군이 진주할 염려는 없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아진왕의 환한 표정과는 달리 질정지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져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소이까?"

아진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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